본문 바로가기

추돌 직전 스스로 끼익 … 똑똑한 제동장치

중앙일보 2012.07.27 00:34 종합 20면 지면보기
25일 경기도 화성의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기자가 탄 45인승 버스가 길이 900m의 종합시험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버스 운전자가 뒤를 돌아보며 “차가 급히 멈춰설 테니 조심하라”고 말했다.


자동차안전연구원 등 공동 개발
운전자에게 위험 알리고
그래도 속도 안 줄면 멈춰
350만원 장착 비용이 과제

 시속 80㎞로 10여 초쯤 달리자 100여m 앞쪽에 천천히 움직이는 파란색 승용차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승용차의 속도는 시속 30㎞ 정도로 달렸다. 60m, 50m …. 두 차의 간격이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곧 추돌 직전이다. 하지만 버스 운전자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운전석 위쪽에 설치된 모니터에 운전자가 계속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장면이 비쳤다. “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진땀이 났다.





 그 순간 운전석 계기판의 비상등이 저절로 점멸하기 시작했다. 이어 앞차 10여m 앞에서 ‘덜컹’ 하며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작동됐다. 몸이 앞쪽으로 쏠리며 좌석 안전벨트가 뒤로 팽팽히 당겨졌다. 버스는 스스로 속도를 줄여 앞차와 2m쯤 떨어진 지점에서 완전히 멈춰섰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이 현대자동차·서울대 등과 공동 개발한 차량 자동비상제동장치(AEBS)의 시연 장면이다. AEBS는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감지해 운전자에게 충돌 위험을 알리고 스스로 속도를 줄이는 장비다. 운전자가 졸거나 한눈파는 사이 일어날 수 있는 충돌 사고를 막아준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개발에 뛰어들고 있고, 국내에선 3년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이번에 첫선을 보였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이재완 안전평가팀장은 “유엔 연구에 따르면 모든 차량에 AEBS를 설치하면 교통사고 사망자를 18%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경북 의성에서 트럭 운전자가 DMB를 시청하다 앞서 가던 사이클팀을 덮쳐 7명이 죽고 다친 사고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이 박사는 “지난해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가 5229명이니 한 해 1000명 가까이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AEBS는 두 개의 ‘눈’(비전·레이더 센서)과 한 개의 ‘머리’(전자식 제어기)로 구성된다. 비전 센서로 전방 사물 중 차량을 구별해 내고, 레이더로 전파를 쏘아 거리를 측정한다. 전자식 제어기는 두 개의 센서에서 들어온 정보와 차량의 진행 속도를 대조해 앞차와의 충돌 예상시간을 계산해 낸다. 충돌 1.4초 이전에 비상등 점멸(1차), 충돌 0.8초 이전에 급제동(2차)으로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낸다. 그래도 운전자가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스스로 감속한다.



 AEBS의 개당 단가는 350만원(잠정)이지만 양산되면 더 저렴해질 전망이다. 국토해양부는 2015년부터 교통사고 때 인명피해가 큰 대형버스와 화물차에 AEBS 장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버스와 화물업계는 비용부담이 크다며 난색을 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