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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올림픽, 한국 현대미술 전시장 됐네요

중앙일보 2012.07.27 00:29 종합 22면 지면보기
25일 런던 사치 갤러리에서 개막한 ‘코리안 아이: 2012’전에 나온 이수경씨의 작품을 관람객들이 보고 있다. 이씨는 도자기 파편을 이어 붙여 현대적 조각품을 만든다. 현재 시드니 비엔날레에도 도자기 파편을 이어 만든 대형 보름달을 출품 중이다. [런던=이상언 특파원], [사진 주영한국문화원]


#1. 화력발전소를 개조한 현대미술관으로 이름난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은 18일(이하 현지시간) 지하 오일탱크 두 개를 전시장으로 바꿔 개관했다. ‘탱크’는 50년간 최대 100만 갤런(약 378만L)의 석유를 저장했던 지름 30m의 거대한 원통형 공간이다.

시내 곳곳서 K-아트 행사
테이트 모던, 김성환?양혜규 초대
사치 갤러리선 3개 층 통째 전시
소쿠리 7000개로 갤러리 덮기도



 이 곳 개관전시에 한국의 젊은 미술가가 초대됐다. 설치미술 전용 전시장인 ‘탱크1’에 김성환(37)씨가 단편영화 네 편을 상영했고, 퍼포먼스 전시장 ‘탱크2’에서는 벨기에 안무가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52)가 대표작을 상연했다. 이어지는 전시엔 양혜규(41)씨도 참여한다.



 #2. 런던 올림픽 기간 중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 3개 층 전관을 채우는 것은 젊은 한국 예술가들이다. 배준성·신미경·안두진·이수경 등 34명이 100여 점을 내놓았다.



런던 캐번디시 광장에 비누로 기마상을 세운 신미경씨. [런던=이상언 특파원], [사진 주영한국문화원]
 25일 개막한 ‘코리안 아이(Korean Eye): 2012’전이다. 이 갤러리는 광고회사 ‘사치 앤드 사치’ 창업자인 찰스 사치가 1990년대 세계 미술계의 신예로 떠오른 데이미언 허스트·트레이시 에민·마크 퀸 등 ‘젊은 영국 예술가들(yBa)’을 발굴한 곳으로도 이름났다. 한국 미술(K-아트)의 본격 런던 입성이다. 전시는 9월 23일까지 이어진다.



 올림픽은 스포츠 축제로 끝나는 게 아니다. 주최국 및 참가국은 엘리트 스포츠의 수준뿐 아니라 문화 등 다방면에서도 국력을 겨룬다. 전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 기간, 런던에서 한국 현대 미술의 힘을 보여주는 행사가 곳곳에서 마련된다.



 ‘코리안 아이’전을 기획한 영국의 스포츠 이벤트 기업 패러렐미디어그룹(PMG)의 데이비드 시클리티라 회장이 “올림픽 기간 런던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는 행사를 연다는 것은 금메달만큼 값진 일”이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조각가 신미경(45)씨는 23일 런던 중심가 캐번디시 광장의 빈 좌대 위에 비누 1.5t으로 만든 3.5m 높이 초대형 기마상을 설치했다. 1868년 철거되기 전까지 컴벌랜드 공작의 기마상이 있던 좌대 위에 비누로 동상을 재현했다. 기마상은 여기 1년간 전시되며 풍화를 겪은 뒤 공예박물관으로 유명한 빅토리아&앨버트 미술관 조각실로 옮겨진다.



 신씨는 “역사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작업이다. 유물이 현대미술로 변하는 과정을 조망하는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누 조각은 야외에서 1∼2년만 지나면 천 년 된 돌조각 같은 느낌을 준다. 실내로 이동한 뒤에는 풍화되지 않으니 마침내 시간이 정지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7년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에서 비누로 만든 달항아리를 전시해 이름을 알렸다.



 설치미술가 최정화(52)씨는 복합문화공간인 사우스뱅크센터 내 헤이워드 갤러리의 외벽 시멘트 기둥 10여 개를 녹색 플라스틱 소쿠리 7000개로 덮었다. 제목은 ‘시간이 흐르면(Time After Time)’. 퀸엘리자베스 홀 부근 나무에는 화려한 색상의 풍선 2000개를 설치했다.



 풍선은 점차 바람이 빠지기도 터지기도 할 것. 죽음조차 축제로 받아들이는 한국적 사유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이 풍선 설치의 제목은 ‘라이프-라이프(Life-Life)’. 근대화가 빚어낸 대량 생산 소비재를 활용한 설치 미술은 최씨의 장기다. 헤이워드 갤러리 안에선 김범(49)씨가 개인전 ‘전도의 학교(The School of Inversion)’를 9월 2일까지 연다.



 최정화·신미경 씨의 설치는 런던 올림픽을 계기로 문화체육관광부·주영한국문화원이 주최하는 100일간의 한국문화축제 ‘오색찬란(All Eyes On Korea)’의 일환이다. 한국관광공사 이참 사장은 “한국은 수천 년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도 문화를 세계에 제대로 알리지 못했는데, 현대 미술로 한국 문화의 자연스러움·고급스러움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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