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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수출·투자 뒷걸음질 L자형 장기 침체 조짐

중앙일보 2012.07.27 00:28 경제 1면 지면보기
“지난해 4분기 큰 웅덩이에 빠졌다가 올 1분기에 빠져나왔다. 그런데 2분기에 다시 웅덩이에 들어갔다.”


[뉴스분석] 2분기 GDP 2.4% 성장

 한국은행 김영배 경제통계국장은 26일 국내총생산(GDP) 지표를 발표하면서 한국 경제를 이렇게 촌평했다. 이날 발표된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대비 2.4%. 33개월래 최저치다. 전기 대비로는 0.4% 성장해 전분기 성장률(0.9%)의 반 토막이 났다.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전년 대비)도 2.6%로 당초 한은 전망치(2.7%)보다 낮아졌다. 일부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올 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한국이 ‘일본형 장기 저성장’ 추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 둔화는 경제를 떠받치는 세 축인 소비와 수출·투자가 탄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2분기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0.2%포인트로 전분기(1.3%포인트)보다 크게 줄었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가계가 지갑을 열지 않았다는 의미다. 여기에 수출(-0.6%)과 설비투자(-6.4%)도 전분기에 비해 줄었다.



 정부의 경제 인식도 좀 더 긴박해졌다.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부진 하반기 회복)’로 비교적 낙관했던 정부의 시각은 ‘상저하저’의 우울한 흐름으로 방향을 틀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제1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하방(下方) 위험이 예상보다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재정위기가 재부각되면서 글로벌 수요 둔화, 내수심리 위축에 따라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며 “경기의 악순환을 초래하지 않도록 심리 악화는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급격한 경기둔화에 대해선 거리를 뒀다. “2분기 회복력이 크진 않지만 물가는 안정되고 생산·고용이 살아나고 있다”(기재부 박재완 장관), “비포장도로가 있겠지만 위기에 익숙해지면서 하반기는 지금보다 나아질 것”(한은 김영배 국장) 등 아직까지 경기 흐름이 그리 나쁘진 않다는 것이다.



 외국계 투자은행(IB)도 비슷한 시각이다. 바클레이즈캐피탈은 “한국 경기가 2분기 중 저점을 통과했다”며 “자동차와 기술산업의 이익이 확대되고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하반기에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도 시장에선 L자형 경기 불황을 막기 위해 정부가 추가 재정 집행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골드만삭스는 “정부가 하반기 경기부양에 적극 나서고, 한은이 9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서 점차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아직 연 3%의 성장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고 있다. 3%를 달성하려면 하반기 적어도 3.3% 성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하반기 총 8조5000억원 규모의 재정 투입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국가기간사업(SOC)에 대한 민간 투자 활성화, 공기업 투자 확대 등의 정책을 병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들은 올해 2%대 성장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8%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점쳤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3% 성장은 유로존 위기가 하반기 어느 정도 진정될 것이라는 전제를 달고 있다. 하지만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이 커지며 유로존은 다시 요동치고 있다.



고려대 경제학과 오정근 교수는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제성장이 주춤한 데다 미국도 다시 경기가 나빠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여기에 부동산 침체, 가계부채 문제 등 내부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어 올해 3% 성장률 달성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내년 경제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LG경제연구원이 내년 한국의 성장률을 3.3%로 예상하는 등 국내외 연구기관은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선진국뿐 아니라 중국·브라질·인도 등 신흥시장마저 경기가 살아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을 세계경기 둔화에 가장 취약한 나라 중 한 곳으로 뽑기도 했다.



금융연구원 임진 연구원은 “유럽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며 “그 과정에서 한국 경제는 경기가 바닥권에서 오랫동안 머무르는 L자형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경기에 민감한 세금 징수 실적도 덩달아 저조했다. 국세청은 국회 업무보고에서 “5월 말 현재 세수 실적은 91조1000억원으로 목표 대비 진도율이 47.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진도율(48.1%)보다 낮은 수치다.



L자형 경기



알파벳 ‘L’자의 모양처럼 경기가 급격히 침체된 뒤 바닥권에 머문 채 장기간 회복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매우 낮은 성장률이 오랜 기간 이어졌던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대표적인 예다. 장기 불황을 뜻하는 L자형과 달리 V자형은 ‘급속 회복’, U자형은 ‘완만한 회복’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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