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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금슬금 … 90년대가 돌아왔다

중앙일보 2012.07.27 00:27 종합 23면 지면보기
열광하던 그 시절 그린 드라마 ‘그 시절 우리는 누군가의 팬이었다’는 카피를 내걸고 1990년대 아이돌 팬문화를 생생하게 재현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사진 tvN]


촌티 나는 앨범 노래방 스타일의 90년대 뮤직비디오를 흉내 낸 형돈이와 대준이의 ‘안 좋을 때 들으면 더 안 좋은 노래’ [사진 디아이뮤직]
20여 년의 세월이 무섭다. 이제는 복고도 7080이 아니라 90이다. HOT와 젝스키스 등 1990년대 1세대 아이돌 팬문화를 소재로 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방송 1회 만에 화제가 되고 있다.

대중문화 속 복고 열풍
초창기 팬클럽 ‘응답하라 1997’
싸이 ‘77학개론’ 등 인기
아이돌 노래에도 스며들어



 또 ‘19금’ 딱지에도 음원차트 상위를 달리고 있는 싸이의 ‘77학개론’은 90년대 ‘고삘이’들의 회고담이다. ‘개가수(개그맨가수)’ 열풍을 잇는 ‘형돈이와 대준이’의 ‘안 좋을 때 들으면 더 안 좋은 노래’,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의 ‘파라다이스’ 역시 90년대 음악을 차용하거나 패러디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90년대 복고 붐의 시초는 영화 ‘건축학개론’이다. 70년대 고고장 문화를 다룬 ‘고고70’, 80년대 ‘노는’ 언니들의 이야기 ‘써니’에 이어, 충무로 복고의 축을 90년대로 옮겨 대박을 쳤다.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CD플레이어, 힙합패션 등이 보는 이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8부작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은 90년대 말 부산의 고교를 무대로 한 청춘물이다. 오빠들의 공개방송을 보기 위해 대구로 원정 가며, 팬클럽 단복을 맞춰입고 응원구호를 외치는 소녀들, 로고가 크게 찍힌 ‘게스’ 티셔츠에 열광하며 은근히 최진실을 좋아하는 소년들의 이야기다. 아이돌 팬덤을 다룬 첫 드라마인 만큼 당시 팬문화를 치밀하게 재현했다. 10대뿐 아니라 20~30대 시청자의 호응이 이어지는 이유다. 젝스키스 출신 은지원이 출연하며 HOT의 토니안과 문희준, 김국진 등 90년대 빅스타들이 카메오로 나온다. ‘남자의 자격’의 신원호PD, ‘1박2일’의 이우정 작가 등 예능팀의 작품이란 점도 눈길을 끈다.



 싸이의 ‘77학개론’은 아예 제목을 ‘건축학개론’에서 따왔다. 싸이뿐 아니라 피처링한 김진표, 리쌍(길·개리) 모두가 77~78년에 태어났다. “말 그대로 어느 날 갑자기 나와 뜬 서태지와 아이들/ 10대들의 맘을 잡아 끈 음악과 춤/ 학교가 끝나면 한 손엔 더블데크/ 들고 춤을 추는 게 하루의 끝/ 좀 있는 놈들은 케빈 클라인 아님 게스” 등의 가사가 90년대 10대 문화를 고스란히 재현한다.



 형돈이와 대준이(정형돈&데프콘)는 마치 노래방 화면 같은 90년대초 뮤직비디오의 촌스럽고 저렴한 느낌을 재현했다. ‘개가수’의 선두주자 UV(유세윤+뮤지)가 지난해 발표한 ‘집행유예’는 90년대 비운의 스타 듀스의 흥미로운 재현으로 주목받았다.



익숙한 ‘뿅뿅’ 리듬 ‘파라다이스’에서 90년대 사운드를 곳곳에 배치한 인피니트. [사진 울림엔터테인먼트]
 인피니트의 ‘파라다이스’는 90년대 음악스타일을 매끄러운 2010년대 주류 가요 안으로 끌어들였다. 도입부 뿅뿅거리는 일명 ‘동굴드럼’ 비트(에코가 강한 드럼사운드), 곳곳에 배치한 90년대 효과음이 묘한 매력을 자아낸다.



 90년대 향수 트렌드는 무엇보다 90년대가 회고의 대상이 될 만큼 물리적으로 멀어졌기 때문이다. 문화 생산·소비의 중심세대가 7080의 386에서 한 세대 내려왔다는 뜻도 된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지금 실제 문화소비자들에게 90년대는 이미 먼 과거다. 프로그래시브와 레트로가 동행하는 대중문화(음악)시장에서, 90년대가 영원한 상업적 포인트인 복고라는 자장 안에 들어왔다”고 평가했다. ‘문화와 욕망의 시대’로 요약되는 90년대가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아이돌과 기획사, 홍대 클럽의 등장 등 풍부한 문화적 자산을 갖고 있는 것도 앞으로 주목해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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