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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 냉·온탕 오간 남북

중앙일보 2012.07.27 00:25 종합 24면 지면보기
1964 남쪽 아버지 신문준(오른쪽), 북쪽 딸 금단.
런던 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26일(한국시간)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남북한을 집중 조명했다. 이 신문은 “1948년 영토를 분할해 정부를 설립한 두 나라는 1950년 한국전쟁을 겪었다. 불과 2년 전에 북한이 연평도에 포격을 가해 군인과 시민을 포함해 4명이 숨졌다”고 설명했다.


북한, 여자축구 선수 소개 때
태극기 내보내자 1시간 항의
한국 취재진에 수건 던지기도
2000·2004 대회에는 공동입장

 영국 내에서 새삼 남과 북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이날 열린 여자축구에서 생긴 해프닝 때문이었다. 북한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햄든파크에서 G조 리그 1차전 콜롬비아와 경기를 치렀다. 그런데 경기 전 선수들이 몸을 푸는 동안 방송 사고가 났다. 양팀 선수들을 소개하는 대형 전광판에 북한 선수의 얼굴사진 옆에 인공기 대신 태극기가 들어간 것이다. 북한은 항의의 뜻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결국 조직위원회가 사죄의 뜻을 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 사건은 일단락지어졌다. 경기는 예정시간을 1시간5분 넘겨서야 시작됐고 북한은 2-0으로 이겼다.



2004 사이 좋게 입장하는 남북 선수단.
 북한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할 만큼, 그리고 그 이유를 영국 일간지가 따로 설명해야 할 만큼 남북 관계는 특수하다. 이 특수한 남북 관계는 올림픽에도 녹아 있다. 단일팀 깃발 아래 손을 맞잡고 뜨거운 동포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남북 관계가 경색된 시기에는 불편한 시선으로 서로를 쳐다봐야 했다.



 분단의 비극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때는 64년 도쿄 올림픽이었다. 당시 북한의 중거리 육상스타 신금단(74)은 남한의 아버지 신문준씨와 극적으로 상봉했다. 아버지 신씨가 51년 1·4후퇴 때 헤어진 딸의 올림픽 참가 사실을 신문에서 읽고 도쿄로 날아가 부녀의 ‘깜짝 상봉’이 이뤄진 것이다. 고작 10분. 14년 만에 허락된 부녀의 시간은 그것뿐이었다.



2012 한국 취재 막는 북한 탁구 코치진.
 2000년대 들어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남북 선수들은 올림픽에서 친근감을 드러내는 등 거리낌없이 지냈다. 남북 대표선수단은 2000년 시드니에 이어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도 개회식에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공동 입장했다. 탁구는 개막 전 합동훈련을 하고 한 자리에서 식사도 했다. 그러나 이번 런던에서는 다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북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우리 쪽 선수단과 눈인사만 겨우 할 뿐 접촉을 꺼리고 있다. 북한 탁구 대표팀 관계자는 지난 23일 한국 취재진에게 사진을 찍지 말라며 수건을 던지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2012 한국팀으로 소개된 북한 여자 축구선수.
 ◆장웅 "있을 수 없는 일”=한편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은 “영국 선수 경기인데 독일 국기가 스크린에 나왔다고 생각해보라”며 “있을 수 없는 일에 화가 난다”고 격앙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제124차 IOC 총회가 열린 런던 그로스브너 하우스 호텔에서 본지 기자와 만난 장 위원은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IOC는)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위원은 IOC 총회에서도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하며 “정치적 문제는 아니라고 보지만 관계자들이 각국의 국기를 게양하거나 국가를 연주하기 전에 재차 확인하는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너무도 불행한 사태”라면서도 “단순한 인간적 실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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