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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고뇌하는 영웅 ‘다크 나이트 라이즈’

중앙일보 2012.07.27 00:53 종합 28면 지면보기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미리 밝혀둔다. 이 글은 배트맨 매니어를 위한 게 아니다. 19일 개봉한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6일 만에 관객 300만 명을 돌파했다는 뉴스에도 “도대체 뭔데?” 하시는 분들, “‘다크 나이트’ 보고 왔어”라는 자녀에게 “왜? 배트맨 보러 간다더니?” 하는 부모님들을 위한 배트맨 속성 가이드.



 배경은 가상 도시인 고담시. 주인공은 브루스 웨인이라는 재벌 총수다. 어린 시절, 권총강도의 손에 부모를 잃은 웨인은 전 세계를 돌며 몸과 마음을 단련한다. 집 안에 날아든 박쥐에게서 영감을 받아 박쥐 의상을 만들어 입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한 장비를 이용해 고담시를 파괴하려는 악당에 맞서 싸운다는 스토리다.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The Dark Knight Rises)’에서 크리스천 베일이 연기한 배트맨.
 탄생은 1939년, 디텍티브 코믹스(DC 코믹스)의 만화를 통해서였다. 그 전해에 DC 코믹스가 발행한 ‘수퍼맨’이 인기를 끌자 이를 모방한 영웅들이 쏟아졌고, 출판사는 이에 대항하기 위해 만화가 밥 케인에게 의뢰해 배트맨이라는 새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후 프랭크 밀러, 앨런 무어 등 유명 만화가들이 이 시리즈에 참여했다. 배트맨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건 90년대 이후. 팀 버턴 감독의 영화 ‘배트맨’(1990), ‘배트맨 리턴즈’(1992)에 이어 조엘 슈마허 감독이 ‘배트맨 포에버’(1995), ‘배트맨과 로빈’(1997)을 선보였다. 바통을 이어받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배트맨 비긴즈’(2005), ‘다크 나이트’(2008)를 내놓는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3부작’의 완결편으로, 전작에서 8년이 지난 시점의 이야기를 다룬다.



 여기까진 특별할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팬들에게 배트맨은 그냥 수퍼 히어로가 아니다. “나 좀 봐. 멋지지?”가 몸에 밴 다른 영웅들과 달리, 배트맨은 ‘괴물을 잡으려고 괴물이 되는 것은 과연 올바른가’라는 존재론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이런 영웅의 고뇌는 놀란 감독의 3부작에서 극명하게 드러났고, 관객들은 이 시리즈에 “거룩하다”는 찬사까지 쏟아냈다.



 개인적으로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인상적인 건 ‘수퍼 히어로도 8년 쉬면 실력이 녹슨다’는 사실이었다. 준비 없이 나섰다 패배한 배트맨이 지하 감옥에서 몸을 만드는 장면에선 쇠락한 영웅을 그린 영화 ‘로키 발보아’나 ‘더 레슬러’를 떠올렸다. 감상이 겨우 그거냐, 장면마다 담긴 심오한 상징은 읽지 못한 거냐 흥분하시는 분들 계실지 모르겠다. 그런 분들껜 그냥 ‘다크 나이트’의 악당, 조커의 대사로 답하련다. “Why So Serious?(왜 그리 심각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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