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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세금, 폼 나게 냅시다

중앙일보 2012.07.27 00:49 종합 30면 지면보기
김영훈
경제부문 차장
내년 세법 개정안 손질이 막바지에 왔다. 다음 달 초 정부 안이 발표된다. 말은 무성했지만 올해도 각종 감면 제도가 확 줄어들긴 어려울 전망이다. 경기도 안 좋고, 반발도 크기 때문이다.



 세금을 덜 내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성경에서조차 세리(稅吏)는 부정적으로 그려진다. 연말 정산 때 환급을 못 받고 세금을 더 내면 바보 취급을 당한다. 그러나 납세가 기껍지는 않아도, 손해 보는 기분이 드는 건 곤란하다.



 납세는 가장 손쉬운 사회적 기여다. 납세자 덕에 벽촌에 보건소가 생긴다. 무상급식도 한다.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근로자는 40%쯤 된다. 60%가 40%를 위해 기여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납세가 자랑이 아닌 손해처럼 느껴지는 건 몹쓸 학습효과 때문이다. 우선 허투루 쓰이는 걸 너무 많이 봤다. 그래도 이건 나아지고 있다. 감시와 견제 덕이다. 큰 구멍은 표 받으려 남발하는 공약이다. 이번 선거에서 이걸 잘 골라내면 된다.



 납세에 대한 인식을 뒤튼 근본적 요인은 세금의 징벌화다. 종합부동산세가 그랬다. 최근 정치권 경제민주화 논의의 현실적 종착점은 세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각 당의 안에는 금융 소득 과세처럼 긍정적 검토가 필요한 대목이 있다. 그러나 정치적 포장을 있는 자에 대한 공격 무기처럼 하는 바람에 ‘세금=징벌’의 도식은 더 강화됐다.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고 싶다면 이왕이면 멋있게 낼 수 있게 해주자. 부자만의 일도 아니다. 고령화를 감안하면 앞으로 중산층도 세금을 더 낼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일반인 눈높이에 맞춘 세금 사용 명세서가 필요하다. 정부 예·결산서는 너무 어렵다. 신용카드 사용 명세서처럼 손에 잡히는 명세서가 필요하다. 이웃집 아이 보육비 지원에 내가 낸 세금 얼마가 들어갔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면 된다. 개인별로야 어렵더라도 계층별 표본을 기준으로 세금 쓰임새를 보여주는 것은 기획재정부와 조세연구원이 머리를 맞대면 못할 것도 없는 일이다. 낸 사람은 뿌듯하고, 혜택 받는 사람은 이게 공짜가 아니란 걸 느낄 수 있게 말이다.



 성실 납세에 대한 인센티브도 화끈해졌으면 좋겠다. 올해부터 모범 납세자와 모범 납세 기업의 임직원은 주중 철도요금을 15% 할인 받는다. 이런 혜택을 늘려 봄 직하다.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사라진 고액 납세자 순위 발표도 재검토할 만하다. 확정되지 않은 재산인 주식 평가액까지 합한 재산 규모는 툭하면 발표되는데, 납세를 통한 기여는 도통 접할 수가 없다.



 또 있다. 유권자가 아닌 납세자에 대한 감사 인사다. 표로 선출된 지도자가 이것저것 했다고 생색낼 수 있는 것은 다 납세자 덕이다. 1971년 이후 대통령이 납세자의 날 행사에 직접 참석해 인사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대선 후보는 말할 것도 없다. 납세를 통한 기여를 인정하고 대접하는 것, 이게 ‘경제 민주’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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