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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국제사회 경쟁할 수 있게 … 한국이 경제 멘토 역할을

중앙일보 2012.07.26 01:56 종합 4면 지면보기
최용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오른쪽 둘째)이 평양민속공원 건설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날짜를 밝히지 않고 2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의 변화 조짐에 따라 우리의 대북정책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주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북 강경 모드로 일관해온 현 정부가 임기 말 ‘대화 제스처’를 취해 차기 정부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의미다. 조동호(북한학) 이화여대 교수는 “김정은의 북한이 개방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 그 변화와 폭을 결정하는 건 한국이나 중국 등 주변국의 대북정책”이라며 “5·24 조치의 해제나 그에 버금가는 인도적 지원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북한 어디로 <중> 변화 유도 전략은
문 열려는 북한, 대북정책 변화 필요



 전문가들은 북한이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를 내놓았을 때를 참고로 삼는다. 김정일은 이 조치 이전인 2001년 10월 당과 내각 간부를 모아놓고 행한 ‘10·3 담화 내부 문건’을 공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김정은이 지시했다는 ‘6·28 조치’가 늦어도 9~10월 공식 발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당국자도 “북한에선 공화국 창건일인 ‘구구절(9월 9일)’과 당 창건일인 ‘쌍십절(10월 10일)’을 앞두고 김정은의 경제 리더십을 보여주려 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의 내부 상황도 10년 전 1차 경제개혁 때와 다르다. 김정일에 비해 장악력이 확인되지 않은 김정은으로 지도자도 바뀌었다. 통신의 발달로 북한 주민들에게 제한적이나마 바깥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수많은 아사자를 냈던 ‘고난의 행군’ 직후에 비해 주민들의 경제 사정이 나아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주민 1인당 소득은 1156달러로 10년 전보다 30% 이상 늘었다. 이는 대북정책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즉, 과도한 적대시 정책이나 단순한 ‘퍼주기’ 지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제시되는 게 우리의 경험 전수와 국제 경쟁체제로의 유인이다. 조동호 교수는 “우리가 북한에 비해 우위에 있는 것은 자본이 아니라 새마을운동 등을 통해 경제발전에 성공한 경험”이라며 “이를 북한에 전수하고 국제사회의 룰 속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도 “북한은 1990년대 후반 토지개혁과 대규모 수로 공사, 발전소 현대화 등 산업인프라 구축에서 나름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제2의 경제개혁은 이런 점을 반영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응급실에 있는 환자와 일반 병실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조치가 다르듯 북한의 내부 상황과 남북관계가 달라진 만큼 그에 맞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8월 말로 예정된 을지포커스(UFL) 훈련을 앞둔 8월 초쯤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남측의 대화 제의에 화답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25일 국회에 출석해 “북한의 형편과 시대상황을 보면 북한이 경제를 개방하고 대외관계를 회복해야 할 수요는 분명히 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이때에 맞춰 대통령의 8·15 광복절 기념사에 ‘대화 재개’를 담는 게 모양새로는 가장 좋다는 주장이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광복절은 현 정부가 남북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원론적인 수준이 아닌 대담한 메시지를 던지려면 5·24 조치의 해제가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북측과 접촉하기도 했던 청와대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이 낙마한 이후 후임 인선 계획이 없다. 조동호 교수는 “통일부가 컨트롤 타워가 돼 움직여야 한다”며 “이미 북·중이 공동개발을 합의한 황금평과 나선 경제특구 등을 남·북·중 3국이 공동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물밑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이 상황에서 북·중이나 북·미 간 결합이 강화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차기 정부로 넘어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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