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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아이 아픔 아시나요 눈물로 나눈 고통과 위안

중앙일보 2012.07.26 00:44 종합 22면 지면보기
학교폭력 피해자 가족을 위한 ‘힐링캠프’가 21일 강원도 횡성 숲체원에서 열렸다. 힐링캠프는 숲 치료를 비롯해 연극·음악 등을 이용해 학교폭력 피해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치유하는 체험학습프로그램이다. 피해 학생과 학부모가 멘토와 함께 숲을 산책하고 있다. [횡성=오종택 기자]
“날마다 걱정이 돼요. 집을 비웠을 때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나면 어쩌나….”


[멈춰! 학교폭력] 피해자 가족 치유 캠프 가보니

 엄마의 목소리는 떨렸다.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이 지난해부터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엄마는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집에 온 아이가 말이 없으면 저는 또 불안해집니다. 오늘도 맞고 온 건 아닐까. 그렇다고 아이 앞에서 울 수도 없어요. 엄마니까요.”



 이야기를 듣던 다른 엄마들이 눈물을 훔쳤다. 감정이 북받치는 듯 여기저기서 흐느꼈다. 5분간 자기 아픔을 드러낸 이 엄마가 자리에 앉자 옆자리의 엄마들이 어깨를 토닥여줬다.



 21일 강원도 횡성군의 한 휴양림 강당 안에 학부모 54명이 동그랗게 둘러앉았다. 이날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열린 ‘학교폭력 피해자 가족 치유 캠프’ 참가자들이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회장 조정실)가 함께 마련했다. 권역별로 전국에서 올해 네 차례 열리는데 이날은 수도권 가족 대상이었다. 부모들은 자녀의 학교를 통해 캠프 소식을 접했다.



 부모들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초·중·고생 자녀 48명은 10명 단위로 조를 짜 숲 속에서 레크리에이션을 했다. 1박2일간 부모와 자녀들은 식사를 따로 하고 잠도 따로 잤다. 부모들만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참가자 중엔 가연이(12) 가족도 끼어 있었다. 초등 6학년인 가연이는 2학년 때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해 왔다. 급우들은 장난으로 가연이 머리를 잡아당기고, 가연이 옷에 일부러 우유를 쏟았다. 새 학교로 옮겨 보았지만 괴롭힘은 되풀이됐다. 가연이는 고학년이 되면서 말수가 줄었다. 집에선 웃음이 사라졌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엄마(46)는 소화불량과 두통, 호흡곤란에 시달렸다. 지난해에는 우울증에 걸려 두 달간 입원도 했다.



 “도저히 화가 풀리지 않아요. 가해 학생 가족은 멀쩡히 잘사는데, 우리 가족은 여전히 힘드니까요. 애를 지켜줄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 엄마인 내가 참고 이겨내지 않으면 안 되잖아요.” 가연이 엄마는 울먹였다. 이런 고통은 학교폭력 피해 가족에겐 흔하다.



 조정실 회장은 “피해 학생 부모들은 ‘아이의 고통을 진작에 몰랐다’는 생각에 자책감에 빠져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참가 부모들은 1박2일간 난타 연주를 체험하고, 놀이치료를 받고 춤을 배우며 시름을 덜었다.



 행사를 끝내고 가연이 엄마는 “함께 아파해주는 다른 부모들을 만나니 큰 위안이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가연이 아빠는 “아내가 밝게 웃는 걸 보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른다”고 반가워했다. 1박2일의 캠프로 가연이 부모는 큰 용기를 얻어가는 듯했다. 엄마는 “아이에게 보여주려고 편지를 썼다”고 했다.



 “갈수록 ‘아무렇지 않아’ 하고 입을 꾹 다물어 버리는 너를 보면서 엄마는 마음이 아프단다. 아픈 기억들을 이 캠프에서 다 털어버리고 돌아갔으면 좋겠어. 어떤 상황에서도 나쁜 생각은 하지 않기로 약속해줘. 엄마·아빠와 함께 이겨나가는 거야.”



횡성=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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