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앞에서 본다, 캔버스 뒤의 그림

중앙일보 2012.07.26 00:37 종합 27면 지면보기
하종현, 접합74-25, 1974, 마포에 유채, 200×100㎝.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1974년, 39세의 화가 하종현은 캔버스 뒤에 섰다. 뒷면에 물감을 칠하고 이를 앞으로 밀어냈다.


하종현 회고전 내달 12일까지

올 굵은 마포의 뒷면에서 물감을 힘있게 누르면 천의 거칠고 성긴 틈새를 통해 앞으로 물감이 배어 나온다.



 이렇게 나온 물감을 도구를 사용해 쓸어 내렸다. “마대와 물감은 내 신체와 연관을 맺고 변화하는 모습을 스스로 보여준다. (…) 자신의 재주를 숨기면서 표현하려는 내용을 충분히 담는 것이 예술이다. 기술이 튀면 그것만 보이는 법이다. 단순해질수록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림 표면에 물감을 칠한다는 기존의 회화적 고정관념을 깨고 화면 뒤에서 안료를 밀어내는 독창적 방법으로 그는 추상회화의 새 장을 열었다.



미술평론가들은 이를 두고 진흙과 거친 지푸라기로 바른 시골집의 흙벽, 한약재를 짤 때 삼베 사이로 나오는 진액 등에 비유했다. 이 점은 작가의 고향, 경남 산청과도 어울린다. ‘접합’이라고 이름 붙인 이 시리즈를 그는 2009년까지 그렸다. 홍익대 미대 교수로 40여 년 재직했고, 서울시립미술관장(2001∼2006)도 역임했다.



 하종현(77)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본관에서 열리고 있다. 1960년대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85점이 나왔다.



그가 2010년부터 선보이는 원색의 대형회화 ‘이후 접합’ 시리즈도 함께 걸렸다. 8월 12일까지. 일반 2000원, 단체할인 1500원. 02-2188-6000.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