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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메이커 광장 ③ 런던 키워드는 여성·환경

중앙일보 2012.07.26 00:09 종합 28면 지면보기
강형근
아디다스코리아 상무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아슬아슬한 균형이 한순간에 깨지는 극적인 순간이 티핑 포인트다. 원래는 물리학 개념이지만 이제는 다양한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말로 더 많이 쓰인다.


전 종목 여성 출전, 미국 여초
여성 디자이너가 만든 유니폼
재활용 옷 입는 성화 봉송 주자 …
런던 올림픽이 ‘티핑 포인트’

 스포츠 브랜드 종사자로 수차례 올림픽을 겪으며 느낀 것은 올림픽을 보면 패러다임이 읽힌다는 것이다.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현상들이 올림픽을 기점으로 응집력을 갖춘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한다. 전 세계인의 눈과 귀가 쏠리는 축제인 만큼 확실한 티핑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제시카 에니스
 2012 런던 올림픽의 키워드는 ‘여성’과 ‘환경’이다. 미국은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는 여자 선수가 269명으로 남자 선수(261명)보다 더 많다. 미국의 올림픽 출전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또 이번 올림픽에 여자 복싱이 추가되며 모든 정식 종목(26개)에 여성이 출전하는 첫 올림픽이 됐다. 영국 국가대표팀 유니폼 디자인에 세계적인 여성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가 참여한 것 역시 여성이라는 화두와 맞닿아 있다. 영국 유니언 기를 바탕으로 한 유니폼은 단순하면서도 여성미를 추구하는 매카트니 스타일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환경을 강조한 것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영국은 경기장의 상당수를 새로 짓기보다 기존 건물을 재활용하는 쪽을 택했다. 런던 올림픽 공식 후원업체 아디다스가 성화 봉송주자와 자원봉사자에게 제공하는 의류는 100% 친환경 직물을 사용했다. 심지어 영국 테니스 스타 앤디 머리도 먹고 버린 음료수병 등 플라스틱을 녹여 만든 티셔츠를 입고 경기를 한다. 기능적인 면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다.



 물론 여성과 환경이라는 두 단어가 최근 새삼스레 화제가 된 것은 아니다. 여성이라는 카테고리는 지난 몇 년간 기업과 사회의 블루오션이었고, 친환경 제품의 생산이 시작된 지도 5년 이상 흘렀다. 스포츠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여성들의 스포츠 참여는 조금씩 늘어 왔다. 그러나 아직은 시작에 불과한 흐름이다. 즉 티핑 포인트를 만나지 못했다.



 스타들의 경연장인 이번 올림픽이 여성과 환경이라는 트렌드의 성쇠를 가르는 장이 될 전망이다. 매카트니의 감각적인 유니폼을 입은 여자 7종경기 스타 제시카 에니스, 재활용 마크가 새겨진 의상을 입고 성화 봉송하는 데이비드 베컴을 보며 사람들은 새로운 흐름을 인지하게 된다. 대한해협을 가르던 조오련, 1970년대 탁구 퀸 이에리사 등 과거의 스포츠 ‘영웅’보단 박태환·손연재 등 현재의 스포츠 ‘스타’들이 우리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 대중과 접점이 넓은 만큼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은 그들을 향해 열려 있기 마련이다.



 4년 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훨씬 더 화려해질 것이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도 ‘화이트’를 고수해 온 윔블던의 드레스 코드가 깨지고, 오륜기 색에 머물렀던 기존의 올림픽 로고도 런던에선 ‘핫 핑크’로 탈바꿈했다. 4년 뒤엔 지금의 상상력을 뛰어넘을 것이다. 중세 느낌의 흰색을 고수하고 있는 펜싱 유니폼에도 다양한 색이 입혀질 것이다. 여성들을 위한 제품, 친환경 제품도 쏟아져 나올 것이다.



 런던 올림픽이 티핑 포인트다. 그리고 4년 뒤엔 확실한 트렌드가 된다. 그때부턴 견고하고 클래식한 시장이 되는 것이다. 브랜드 마케터 입장에서 여성과 환경은 런던 올림픽의 성공을 좌우할 또 다른 변수다.



강형근 아디다스코리아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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