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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사칭 멕시코 스파이, ‘한국 훈련 염탐’ 황당

온라인 중앙일보 2012.07.24 16:57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 훈련장에 불청객이 잠입했다. 한국의 훈련 장면을 엿보기 위한 ‘스파이’다.



26일 한국과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B조 첫경기 상대 멕시코의 비디오 분석관 등 팀 스태프들이었다.올림픽팀은 24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영국 뉴캐슬 대학 코크레인 파크 스포츠클럽에서 훈련을 했다.



이날 멕시코대표팀의 언론 담당관과 비디오분석관 등 관계자 3명이 기자로 위장해 우리 대표팀의 트레이닝 장면을 지켜봤다. 한 명은 전문가용 카메라로 부지런히 사진을 찍었고, 다른 한 명은 소형 동영상 촬영기로 한국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녹화했다. 나머지 한 명은 심각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지휘했다. 축구대표팀 훈련 장면은 규정상 미디어에는 제한 없이 공개되지만, 상대팀 관계자들은 볼 수 없다.유유히 훈련 장면을 지켜봤던 이들의 염탐은 30분 만에 끝났다.



하루 전 멕시코 대표팀을 취재했던 기자가 이들 중 한 명을 기억해내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처음엔 '잡아떼기' 작전을 썼다. 신분을 밝히라는 한국 미디어담당관의 요구에 대해 "우리는 기자가 맞다"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상황을 파악한 한국 취재진이 사진을 찍기 시작하자 외려 한국 미디어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등 뻔뻔하게 맞섰다.



이들은 대회조직위 관계자가 등장해 "당장 나가달라"고 요구하자 비로소 멋쩍은 표정으로 현장을 떠났다. 하마터면 홍명보팀의 훈련 방식, 주요 선수들의 컨디션 등 승부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정보가 고스란히 멕시코에 넘어갈 뻔 했다.비교적 빨리 발견했기 때문에 이들은 홍명보 팀이 몸을 푸는 모습밖에 보지 못했다. 이들이 나간 후 홍명보 팀은 베스트 11을 구성해 본격적인 전술 훈련을 했다. 수비와 미드필더가 따로 모여 수비 조직력 훈련도 했다. 또 박주영을 축으로 공격 전술도 짜맞췄다. 자칫하면 중요한 정보가 누출될 위기였다.



1차적으로는 멕시코의 비양심이 빚은 해프닝이지만, 대회 조직위원회의 허술한 보안 관리도 일을 키우는데 한 몫 했다. 모든 취재진은 사진이 반드시 첨부된 미디어증을 사용해야한다. 그럼에도 조직위는 사진 없는 미디어증을 제시한 멕시코대표팀 관계자들을 별다른 제재조치 없이 훈련장에 들여보냈다. 당시 조직위 관련자 수십명이 현장에서 근무 중이었지만, 누구도 '가짜 기자들'을 적발해내지 못했다.



한편, 이날 훈련 도중 스위스대표팀 관계자가 열린 훈련장 문 틈으로 한국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지켜보다 김태영 올림픽팀 수석코치에게 들켜 훈련이 일시 중단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훈련 직후 "전력이 노출되는 걸 원하진 않는다. 하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고 우리 준비를 철저히 해나가겠다”고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의 8강 진출의 최대 분수령이 될 멕시코와 조별리그 첫 경기는 26일 오후 10시반 뉴캐슬 세인트제임스파크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온라인 중앙일보,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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