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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자들의 ‘배우자 월드컵’ 화제

중앙일보 2012.07.24 09:52
6월 24일 막 비가 그친 선전(深?). 오전 10시가 막 지났을 무렵 푸톈구의 쇼핑광장 앞에는 화려하게 치장한 여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곳은 평소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 아니라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녀들이 이곳에 모여든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판 ‘이상형 월드컵’이 화제다. 여기서 ‘월드컵’은 축구경기가 아니다. 재벌 2세와 결혼에 성공해 신분 상승을 이루려는 여성들과 돈으로 결혼을 사는 사람들이 부유한 중국의 도시를 무대로 펼치는 갖가지 에피소드다. 중국 시사주간지 신민주간(新民週刊) 최근호는 중국의 부호 기업가들의 배우자 간택 과정을 심층 보도했다.



지난 5월 20일, 광저우 모 5성급 호텔. 결혼 정보 업체 ‘중국 싱글 기업가 클럽(CECS)’이 VIP 회원의 배우자를 선발하기 위한 글로벌 용모 심사를 개최했다.



VIP들이 배우자로 원하는 조건은 분명하다. 미혼, 20~35세, 키 160~175cm, 정규 교육 과정 수료, 품행 단정, 건강, 착한 성격, 지혜를 갖추고 재테크에도 능통한 가치관과 결혼관이 뚜렷한 여성. 해당 클럽의 VIP 회원들은 자산 평균 4억 위안(700억여 원) 이상을 가진 미혼 기업가이다.



VIP 배우자 신청자들은 광저우, 청두, 상하이에서의 1차 관문을 통과한 뒤 선전에서 마지막 결승전 격인 네 가지 코스의 까다로운 면접 과정을 거쳐 선발된다. 첫째는 외모. 성형외과 전문의가 면접관을 맡는다. 부호 기업가들은 성형을 하지 않은 자연미인을 선호한다. 둘째는 재능과 지혜. 선전의 모 IT 기업의 부총재가 면접관이다. 셋째는 생활력이다. 가정일을 어느 정도 소화 할 수 있는 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연애 경력. 과거 연애 경력을 물어본다. 네 가지 면접이 모두 끝나면 VIP회원들에게 100명의 최종 합격자 후보 명단을 보낸다. VIP회원들이 맘에 드는 대상을 꼽으면 업체 측에서 사람을 보내 후보 여성의 가정을 방문하며 더 핵심적인 정보를 캐내온다.



젊은 기업가들이 CECS에 가입해 배우자를 찾는 이유는 따로 있다. CECS의 CEO 청융성(程勇生)씨는 “솔직히 잘나가는 부호들 곁에는 미녀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들이 찾는 건 배우자다. 그들은 여자들이 돈만 보고 접근하는 것이 아닌지 모든 게 다 의심스럽다. 그래서 우리를 찾아 온다”고 말한다.



중국 사회공작협회 결혼 중개업 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 전역에 2만 개가 넘는 결혼 정보회사가 있고, 업무종사자는 20만 명, 그 가운데 온라인 결혼 정보회사는 약 6000여 개가 넘는다. 중국 온라인 결혼 정보회사의 총 수입은 2010년 7400만 달러였다. 업계에서는 2015년 2.9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중국도 한국처럼 중매쟁이가 있었다. 중매가 성사되면 일정의 사례비를 받았다. 이런 사교적인 사이트가 생기기 시작한 건 2003년 자본시장이 떠오르면서부터다. 유럽과 미국의 결혼 정보사이트를 모방하기 시작했고, 중국 국내에서 눈에 띈 발전을 거두었다. 지난달 중국 언론에서 부자들의 배우자 고르기를 보도할 당시, 대중들의 비판 목소리가 주를 이뤘지만 오히려 이목을 집중시키며 부자들의 더 많은 눈길을 끌었다는 게 관련 업계 사람들의 전언이다. 돈 있는 사람들과 거기에 편승하려는 사람과 맞물린 최고의 궁합. 사랑으로 이뤄질 결혼이 돈으로 물들어 가는 현재 중국 부호들의 결혼 현상이다.



중국연구소 이은령 연구원 erlee0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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