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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3.0 ‘5개월 산고’

중앙일보 2012.07.24 03:00 종합 12면 지면보기
5월 19일 건국대에서 열린 1차 워크숍.
맹미연중(盟美聯中·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하면서 중국과 연합한다)이냐, 친미연중(親美聯中·미국과 손잡고 사안에 따라 중국과 연합한다)이냐, 아니면 연미화중(聯美和中·미국과 연합하면서 중국과 잘 지낸다)이 나을까. 한반도 포럼은 이날 선보인 대북정책 리포트를 낼 때까지 자구 하나를 놓고도 줄다리기를 했다. 맹미연중은 우리나라의 통일외교 전략을 함축하는 사자성어라는 데는 의견이 좁혀졌지만 어감이 좋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고 친미연중은 일부 계층에서 ‘친미’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있다는 의견이 나와 이 둘은 동반 탈락했다.


학자 30명 토론 30회, 워크숍 2회

7월 20일 서울 정동 달개비에서 열린 8차 총괄회의.
 이처럼 리포트가 나올 때까지 보수와 진보 학자 간의 숱한 격론이 이어졌다. 5개월간의 산고를 겪은 이유다. 지난해 3월에 출범한 이 포럼은 그간 세 차례 학술회의를 통해 대북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촉구했지만 늘 한구석에 미진한 부분이 있다는 데 공감했다. 아무리 창의적인 대북정책이라도 정파와 이념에 치우치거나 북한이 수용하지 않는 정책은 공염불이라는 자성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포럼은 제3회 한반도포럼 학술회의(주제: 김정일 이후 시대의 한반도, 2월 2일) 직후 꾸준하게 펼칠 수 있는 대북정책의 골간을 만들기로 하고 곧바로 리포트 생산을 위한 토론에 돌입했다. 두 차례의 워크숍(5월 19일, 6월 16일 건국대 상허연구관)을 했고 분과토론과 총괄회의 등을 합쳐 30차례에 가까운 토론회가 열렸다. 매주 한 번꼴로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댄 셈이다. 공휴일에도 토론이 이어졌다. 정책 대안의 윤곽이 나올 때마다 외부 전문가들의 리뷰를 거치는 등 리포트를 다듬고 또 다듬었다. 백영철 회장은 “리포트의 객관성을 높이고 보다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토론에 참여하지 않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번 리포트 작성에 참여한 대북 정책 전문가는 모두 30명에 이르며 최종 리포트의 일부 내용에 이견을 보인 토론 멤버도 있었다.





‘남북관계 3.0’ 토론 참여자



백영철(건국대 명예교수) 권만학(경희대 교수) 권영경(통일교육원 교수) 김석진(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김석향(이화여대 교수) 김영훈(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수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학성(충남대 교수) 문정인(연세대 교수) 박명림(연세대 교수) 박영호(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안병민(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양문수(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오승렬(한국외대 교수) 유호열(고려대 교수) 윤덕민(국립외교원 교수) 윤영관(서울대 교수) 이금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정철(숭실대 교수) 인요한(연세대 교수) 임혁백(고려대 교수) 장달중(서울대 교수) 전봉근(국립외교원 교수) 조동호(이화여대 교수)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 최진욱(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하영선(서울대 교수) 한용섭(국방대 교수) 한인택(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총 30명.



◆한반도포럼=한반도와 주변 정세의 대전환기를 맞아 한반도 안정과 평화, 통일에 대한 대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싱크탱크다. 북한과 동북아 관련 분야의 최고 전문가 30여 명이 회원으로 참여했고 지난해 3월 출범했다. 통일과 평화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보수·진보의 다양한 학문적·정책적 해법과 대안을 모색한다. 열린 보수를 지향하는 중앙일보는 한반도포럼과 함께 한반도 평화와 통일과 관련된 국가 어젠다를 제시할 예정이다. 중앙일보는 2002년 ‘예산의 1% 북한에 지원하자’라는 국가 어젠다를 제시한 바 있다.



◆남북기본합의서=1991년 12월 서울에서 열린 제5차 고위급회담에서 남북한이 화해와 불가침, 교류협력 등에 관해 공동 합의한 기본 문서. 7·4 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한 조국 통일 3대 원칙을 재확인하고 상호비방 금지, 내정 불가침, 무력 불사용, 분쟁의 평화적 해결 등을 명시하고 있다. 남북이 상호 실체를 인정하는 기틀을 마련했으나, 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효력이 거의 상실됐다.



◆동·서독 기본조약=동·서독이 1972년 상대의 정부를 국가로 인정하며 체결한 조약으로 90년 통일에 이르기까지 효력이 일관되게 유지됐다. “상호 동등성에 기초한 정상적인 선린관계”(1호)로 시작하는 이 조약은 상호를 우방이나 동맹이 아닌 ‘특수 관계(Beziehungen besonderer Art)’로 보는 입장을 견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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