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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신상공개, 여성부·법무부 이원화돼 관리 허점

중앙일보 2012.07.24 01:49 종합 6면 지면보기
경남 통영 초등학생 한아름(10)양 살해범은 이웃에 살던 김점덕(45)이었다. 그는 7년 전 38세 때 62세 노인을 성폭행하려다 강간상해죄로 실형 4년을 산 성범죄 전과자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1700여 명의 성범죄자 신상이 공개된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엔 방문자가 폭주했다. ‘성범죄자 알림e’는 23일 각종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면서 한때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다. 사이트를 관리하는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범인이 검거된) 22일 밤에만 23만7000명이 접속했고, 23일 오전에는 순간 최대 접속량이 80만 명까지 올라가 초과 용량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통영 초등생 살해사건 … 문제점 드러난 전과자 정보 시스템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와 성인 대상 성범죄자를 나눠서 볼 수 있도록 돼 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신상공개는 여성가족부에서, 성인 대상 성범죄자 신상공개는 법무부에서 각각의 데이터베이스를 별도로 구축해 제공하기 때문이다. 성범죄 전과자를 양분해 같은 일을 두 부처에서 따로 하고 있는 셈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업무 주체가 이원화돼 있어 성범죄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법무부 관계자도 “관련법이 분리돼 있다 보니 문제가 많아 개선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두 부처가 범죄자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한 범죄자가 아동과 성인을 대상으로 각각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도 사이트상에서는 별건으로 인식된다. 성범죄자 공개기준도 두 부처가 다르다. 여성가족부는 ‘성범죄 발생시점’을 기준으로 2010년 1월 1일 이후 발생한 범죄에 대해 신상공개를 적용한다. 하지만 법무부는 범죄 발생시점에 관계없이 2011년 4월 이후 법원에서 유죄를 확정 선고받은 범죄자의 신상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김지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어느 나라도 범죄자 등록 관리에서 이원화된 나라는 없다”며 “등록·관리는 법무부가 하고, 피해자 구제나 사후 관리를 여성가족부가 맡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현재 신상공개 외에 전자발찌나 화학적 거세 등 다른 처벌수단은 피해자 나이에 관계없이 모두 법무부가 관할한다.



 ◆스마트폰에도 성범죄자 신상공개 추진=김점덕은 법 시행 전인 2005년 범죄를 저질러 신상정보 공개 대상에서 빠졌다. 하지만 무작정 과거 범죄 경력을 소급해 신상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법무부 김형렬 보호법제과장은 “신상공개제도 등은 대상자에게는 굉장한 기본권 제한”이라며 “국민 감정을 따라 바로 무한정 소급을 하기도 어렵고 위헌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김점덕과 같은 전과자에 대한 정보는 관할 경찰서를 방문 신청해야 열람이 가능하다. 경찰서까지 찾아가 성범죄자 정보를 찾는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가족부는 독자적으로 내년 초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을 스마트폰 앱으로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체 성범죄자를 스마트폰에서 검색하려면 법무부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직까지 협의가 안 된 상태다.



 경찰은 관련 대책을 잇따라 내놨다. 김기용 경찰청장은 2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통영 초등학생 살해사건 피의자는 성범죄자 신상공개 대상이 아니었다고 하는데 경찰이 추가로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해야 한다고 보고 방법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우선 다음 달 31일까지 성폭력 우범자 2만여 명에 대한 특별점검에 나선다.



 하지만 경찰의 우범자 관리가 실제 범죄를 막는 데 별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틀 전인 14일 김점덕을 점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김을 직접 대면 관찰한 게 아니라 주변인 면담을 통해 “폐기물 수집이 잘 안 돼 표정이 어둡다”는 정도의 동향만 수집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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