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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금지 미술품에 333억원 세금 폭탄

중앙일보 2012.07.24 01:24 종합 16면 지면보기
미국 뉴욕 화랑가의 큰손 일레나 소나벤드의 상속자 니나 선델과 안토니오 호멤은 미 국세청(IRS)으로부터 황당한 고지서를 받았다. 모친으로부터 상속받은 미술품 한 점에 대해 2920만 달러(약 333억원)의 상속세·가산세를 납부하라는 내용이었다. 화근이 된 작품은 팝아트의 거장 로버트 라우센버그가 1959년 완성한 ‘캐니언(Canyon·사진)’이란 설치 미술품이었다.


적법거래 막힌 작품 상속한 미국인
감정가대로 ‘0’ 신고했다 가산세

 이 작품엔 회화를 배경으로 흰머리수리 박제가 매달려 있다. 그런데 흰머리수리는 1940년 산 채로든 박제든 유통 및 판매가 일절 금지된 대표적인 보호동물이다. 호멤이 이 작품을 팔려고 내놓는 순간 연방법을 어기는 셈이 된다. 고심 끝에 호멤은 크리스티 경매에 이 작품의 가격 산정을 의뢰했다. 크리스티 측은 캐니언은 시장에서 적법하게 거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장가격은 ‘0달러’라고 평가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2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러나 IRS는 입장이 달랐다. 라우센버그의 다른 작품과 비교해 가격을 산정한 결과 캐니언은 6500만 달러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상속세는 물론 미술품 가격을 의도적으로 축소 보고했다는 죄목까지 호멤에게 뒤집어씌웠다.



 참다 못한 호멤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법리 다툼을 시작한다. 양측과 관계없는 패티 스펜서 변호사는 “판매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 물건에 대해 어떻게 이런 식으로 가격을 매기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IRS는 캐니언은 암시장을 통해 언제든 팔 수 있기 때문에 적정한 가격을 상정하는 게 옳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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