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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400만 흥행 연가시, 기생충 말곤 뭐가 있지

중앙일보 2012.07.24 00:41 종합 27면 지면보기
정현목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국내 첫 감염 재난영화를 표방한 ‘연가시’(박정우 감독)가 개봉 17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4일 현재 누적관객수는 425만 명이다. 투자배급사 CJ E&M 측은 “올해 한국영화 중 가장 빠른 흥행속도”라며 즐거워하고 있다.



 일단 소재가 참신했다. 곤충의 뇌를 조종, 자살하게 만드는 기생충 연가시의 변종이 인간을 숙주로 삼는다는 발상이 귀를 솔깃하게 했다. 몇 달 전 인터넷을 달궜던 연가시 신드롬도 흥행에 일조를 했다. 잔혹한 장면을 최소화해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것은 영민했다.



 ‘연가시’는 할리우드 재난영화 틀을 충실히 따라간다. 롤러코스터처럼 앞으로만 달려간다. 연가시 감염자가 급증하고, 국가재난사태가 선포되고, 화학박사 출신의 제약회사 영업맨 재혁(김명민)이 감염된 가족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재난 영화 ‘연가시’에서 주연으로 나온 김명민.
 그런데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그런 긴박한 편집이 허술한 구성을 가리기 위한 눈속임으로 활용되는 모양새다. 특히 우연이 지나치다. 주인공 재혁의 동생 재필(김동완)은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이고, 재필의 연인 연주(이하늬)는 주무 부서인 질병관리본부 연구원이다. 때마침 재혁의 아내(문정희)와 아이들은 연가시에 감염된다. 사건 해결자와 조력자, 피해자가 한 가족이라니 영화 속 세상은 좁아도 너무 좁다. 복제약을 대량생산하면 된다는, 간단한 해결책을 보건당국과 제약회사 연구진이 찾아내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또 할리우드 가족주의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짜증과 불만으로 폭발 직전이었던 인물들이 가족의 이름으로 서로 보듬으며 눈물을 짜는 장면은 가족 신파의 전형이다. 소재만 인재(人災)로 바꿨을 뿐 재난영화 ‘해운대(2009)’와 다를 바 없다.



 ‘연가시’는 한국영화의 장르 확대에 기여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할리우드의 겉모습만 따라 해선 장르의 진화를 기대할 수 없다. 탄탄한 구성과 개연성, 몇 번이고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기본 중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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