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하면서도 빠르게 사들여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기업들의 해외 M&A 규모는 840억 달러(약 96조3000억원)였다. 이는 세계 3위 규모다. 10년 전(85억 달러)보다 10배 많다. 올해 일본의 해외 M&A는 지난해 규모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 들어 7월 중순까지 일본 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450억 달러다. 이런 추세라면 올 연말엔 9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M&A의 배후에는 막강한 현금 동원력이 있다. 일본 기업들은 올 3월 말 현재 215조 엔(약 3140조원)의 현금을 쥐고 있다. 프랑스 국내총생산(GDP)에 맞먹는 액수다. 그들은 제로금리 이점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이 80년대 후반처럼 방만하게 M&A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그때 일본 기업들은 자산 거품에 취해 해외 기업뿐 아니라 뉴욕의 록펠러센터 등 부동산까지 미친 듯이 사들였다. FT는 “당시 일본 회사들은 그저 사들이기 위해 기업을 인수했다”며 “하지만 요즘엔 꼼꼼하게 살펴보며 조심스럽게 M&A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일본 경영자들이 앞뒤를 너무 재는 바람에 기회를 놓치는 것도 아니다. 스티븐 토머스 UBS 일본 M&A부문 대표는 FT와 인터뷰에서 “과거 일본 경영자들은 느린 의사결정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