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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조 시장 관절염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시대 개막

중앙일보 2012.07.24 00:20 경제 3면 지면보기
관절염 치료제의 바이오 복제약을 국내 업체 셀트리온이 개발했다. 사진은 인천시 송도 공장에서 직원들이 동물세포 배양 상태를 살피는 모습. [중앙포토]


한 해 8조원어치가 팔리는 류머티스성 관절염 바이오치료제의 복제약(바이오시밀러)을 국내 바이오기업이 세계에서 처음 판매 승인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식약청, 셀트리온 ‘램시마’ 제품 허가



 셀트리온은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바이오시밀러 ‘램시마(Remsima)’에 대해 제품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오리지널 제품인 미국 존슨앤드존슨의 류머티스성 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와 약효가 똑같다는 사실을 검증받은 것이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은 앞으로 식약청과 논의를 거쳐 램시마 가격을 정한 뒤 9월께 판매에 들어갈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유럽연합(EU)과 동남아·중동·남미 지역 100여 개국에서도 램시마 제품 허가 신청을 내놓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허가를 받을 경우 존슨앤드존슨이 독점하다시피 한 류머티스성 관절염 바이오치료제 시장에서 셀트리온이 유력한 경쟁 상대로 떠오를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2006년 램시마의 물질 개발을 시작해 20여 개국에서 글로벌 임상시험을 했다. 이번에 제품 허가를 받기까지 7년간 2000억원을 투자했다.



 바이오시밀러는 한국 경제의 미래 먹을거리로 꼽히는 분야다. 정부를 비롯해 많은 기업이 투자를 해 왔다. 그러나 그동안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보유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들은 “같은 동물 세포를 쓰더라도 생산공정이 워낙 까다롭기 때문에 오리지널 제품과 똑같은 복제약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왔다. 이번 램시마 제품 허가는 이 같은 다국적 제약사의 판단과 달리 얼마든지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는 의미가 있다. 기업과 정부가 바이오시밀러 분야 투자와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할 뚜렷한 근거를 마련해 준 것이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것과 같은 바이오시밀러는 무엇보다 오리지널 약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있다. 램시마의 원약인 레미케이드는 주사제 한 병이 55만원 정도로, 1년 동안 주사를 맞으려면 1200만원이 들어간다. 스위스 로슈의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은 연간 치료비가 3000만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값이 워낙 비싸 미국·유럽·중동의 부유층이 주로 허셉틴을 투여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간 매출이 60억 달러에 이른다. 국내에서 허셉틴은 중증 환자에게만 의료보험 혜택이 주어져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경증 환자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이에 비해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70∼80% 수준에서 약값이 정해지는 게 보통이다.



서정진(55)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달 유럽류머티즘학회(EULAR)에서 램시마의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며 “국내 환자를 위해 ‘리펀드제도’를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바티스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처럼 환자가 약값을 지불하고 나중에 일부를 회사가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노바티스는 글리벡 약값의 5%를 환불해 주고 있다.



 서 회장은 “램시마 같은 바이오시밀러는 해외 글로벌 제약사들의 고가 의약품을 대체함으로써 나라의 의료재정 부담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최근의 유럽 재정위기 등 국가별 재정적자 확대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확대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에서도 램시마 판매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현재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1000조원 규모이며 한국 시장은 19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 이외에도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한화케미칼 등 7개 제약사가 8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은 유방암 바이오치료제 허셉틴에 대해서도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거의 마친 단계다.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 바이오의약품은 화학 공정을 거쳐 알약 형태로 나오는 일반적인 의약품과 달리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을 원료로 하는 경우가 많다. 화학 의약품은 똑같이 복제할 수 있는 반면 바이오의약품은 제조 공정에 아주 작은 차이가 생겨도 단백질 구조가 약간씩 달라져 완벽하게 복제할 수 없다. 그래서 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은 ‘비슷하다’는 뜻으로 ‘바이오시밀러’라 부르는 것이다. 공인된 바이오시밀러 의약품과 원본 약품은 원료 단백질 구조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병을 치료하는 효능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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