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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 D-3] 막강 빨강

중앙일보 2012.07.24 00:19 종합 28면 지면보기
런던 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55㎏)에 출전하는 최규진(아래)이 지난 4일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파트너에게 기술을 걸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레 슬링에서 나온 금메달 7개 중 6개를 빨강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따냈다. [연합뉴스]


한국 레슬링 승리의 색깔은 ‘레드’다.

88년부터 금 7개 딴 한국 레슬링
6명이 빨간색 유니폼 입고 우승
학계 “빨강 55%, 파랑 45% 승률”
심권호 “파란색 입고 1위 한 번뿐”



 런던 올림픽에 한국 레슬링은 남녀 선수 9명이 출전한다. 방대두 레슬링 대표팀 감독은 런던 대회의 의미를 ‘절치부심’이라는 단어로 압축한다.



레슬링은 전통의 효자 종목이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자유형 페더급에서 양정모가 대한민국 1호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2004년 아테네 대회까지 매 대회(불참한 80년 모스크바 대회 제외)에서 한국 레슬링은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에서 한국 레슬링은 박은철의 동메달 하나에 만족해야 했다.





 88년 서울대회 이후의 레슬링 금메달리스트에게선 흥미로운 경향이 발견된다. 바로 빨간색 유니폼이다. 한명우·김영남(이상 88)·박장순(92)·심권호(96·2000)·정지현(2004) 등 금메달 6개가 빨강 유니폼을 입은 선수에게서 나왔다. 결승전에서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금메달을 따낸 선수는 92년 안한봉밖에 없다.



 학계는 이 같은 결과를 우연으로 보지 않는다. 진화생물학자인 러셀 힐 영국 더럼대 교수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태권도·레슬링·복싱 경기를 분석한 뒤 “빨강 유니폼과 호구를 착용한 쪽의 승률이 55%, 파랑은 45%”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세 종목 모두 빨간색 승률이 높았고, 가장 긴장감이 큰 결승전에서 빨간색의 승률은 59%로 더 높아졌다.



 지난해 미국 다트머스대 연구팀이 레수스 원숭이를 상대로 한 실험은 이 같은 결과의 이유를 설명해 준다. 각각 적·청·녹색 옷을 입은 남녀 연구원이 사과 바구니를 원숭이 앞에 놔둔 뒤 후속 행동을 관찰했다. 원숭이들은 성별과 관계없이 유독 빨간색 옷을 입은 연구원이 가져다 놓은 사과 바구니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의 제럴드 크러릭 교수는 “영장류는 빨간색을 위험 신호로 느끼게끔 진화했다”며 “운동 경기에서 어느 한쪽이 빨간색 옷을 입는 건 불공평하다”고 지적한다. 빨강 유니폼을 입은 상대를 마주할 때 심신의 균형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이유다.



 올림픽 레슬링에서 금메달 두 개를 딴 심권호는 “경기 때는 집중력이 고도로 높아진다. 상대 유니폼 색깔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크게 의식한 적은 없지만 내 경우에도 빨간색 유니폼을 입었을 때 성적이 더 좋았다. 파란색을 입고 우승한 적은 한 번밖에 없다”고 밝혔다.



레슬링 경기에서 유니폼 색깔은 경기 전 배정받은 출전번호가 앞서면 빨간색, 뒤지면 파란색으로 결정된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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