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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올림픽 성화가 꺼진 이후

중앙일보 2012.07.24 00:55 종합 33면 지면보기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매번 올림픽이 끝날 때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겐 임무가 하나 생긴다. 16일간의 축제를 단순 명쾌한 한마디 말로 정의하는 일이다. 내 재임 기간엔 ‘뛰어난’ ‘훌륭한’ ‘잊을 수 없는’ 등의 수식어를 써왔다. 런던올림픽은 어떻게 불러야 할까? 전례 없는? 사실이다. 즐거운? 당연하다. 비가 내린? 이 말은 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변덕스러운 영국 날씨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 올림픽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경기가 열릴 앞으로 2주일의 성공뿐 아니라 올림픽 성화가 꺼진 후로도 오랫동안 계속될 성공 스토리 말이다. 이는 런던 현지에서 올림픽 유산의 개념을 확고히 뿌리내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분들 덕택이다. 올림픽 유산은 최후의 선수가 올림픽선수촌 불을 끄고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 시작될 터다.



 서배스천 코 런던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올림픽 개최 도시에 가장 대하기 어려운 상대는 IOC도, 개최국 정부도 아니다. 개최 도시의 사람들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은 ‘앞으로 어떤 유산을 남길 것인가’이다”고 말했다. 2012년 런던 여름올림픽은 런던 시민은 물론 영국 국민에게 굉장한 유산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런던올림픽 모토 중 하나가 ‘세대에게 영감을 주자’는 것이고, 오랜 기간 침체됐던 런던의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런던 시민들에게 개선된 인프라와 일자리, 스포츠 시설을 남겨줄 예정이다.



 인프라 건설에 쓰는 모든 예산의 4분의 3은 올림픽 유산을 위해 들어간다. 이 덕분에 올림픽공원이 세워진 런던 동부는 오염되고 방치된 쓰레기 매립지에서 환골탈태했다. 이젠 반짝반짝 빛나는 올림픽 공원이 생겼다. 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런던 시민들에게 올림픽 이후에도 계속해서 일자리와 주거지, 학교와 여가 시설을 제공하게 된다.



 올림픽 유산이 항상 올림픽의 최전선에 있었던 건 아니다. 예전엔 올림픽 유산이란 올림픽이 다 끝나면 생각해볼 거리에 불과했다. 우연에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IOC는 개최도시가 올림픽 후에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촉매제가 필요하며, 이는 올림픽 개최 준비단계부터 마련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렇기에 IOC가 모든 후보 도시들에 개최 목표와 함께 장기 계획을 함께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새롭게 개최도시가 된 도시들이 올림픽을 성공리에 치러낸 도시의 경험에서 배울 수 있도록 한 IOC의 지식 전수 프로그램 역시 그런 이유로 존재한다. 지난 올림픽에 대한 정보 및 사례 연구, 기술 보고서 등 다양한 지식이 전수된다.



 이 프로그램의 수혜 도시 중 하나가 스페인 바르셀로나다. 1992년 올림픽을 치르면서 바르셀로나는 연안지역같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을 재개발했고, 그 결과 숙박 명소로 탈바꿈했다. 올림픽 후 바르셀로나는 세계 여행지 중 하나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올림픽 전에는 연 200만 명에 불과했던 관광객 숫자가 지난해엔 740만 명으로 껑충 뛰었다.



 다른 훌륭한 사례들도 많다. 1994년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은 ‘그린 올림픽’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사회적·환경적 혜택을 가져왔다. 2000년 시드니 여름올림픽은 호주에 광활한 도시공원을 선사했다. 2008년 베이징 여름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해 400만 명의 어린이들이 올림픽의 가치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은 180대의 전기 하이브리드 버스는 물론 공항과 시내를 연결하는 철도 및 밴쿠버와 휘슬러를 연결하는 더 빠르고 안전한 고속도로 건설 등 교통망 확충으로 이어졌다.



 런던 여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IOC의 지식 전수 프로그램을 통해 이런 선례들을 미리 예습했다. 이젠 런던이 미래의 개최도시들에 귀감이 될 차례다. 런던올림픽이 ‘뛰어난’ ‘훌륭한’ ‘잊을 수 없는’ 올림픽이 될 것인가. 시간이 답을 줄 것이다.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정리=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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