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국회는 대법관 3명 동의안부터 처리하라

중앙일보 2012.07.24 00:03 종합 34면 지면보기
대법관 4인의 공백 사태가 오늘로 14일째를 맞았다. 지난 10일 박일환 대법관 등 4명이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이후 후임 대법관들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가 국회에서 공전(空轉)하고 있는 것이다. 최고 법원인 대법원의 업무 마비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회에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제출한 것은 지난달 15일이었다. 그 후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여야는 원(院) 구성을 둘러싼 힘겨루기 등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고영한·김병화·김신·김창석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뒤늦게 마친 뒤로도 동의안 처리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위장전입·저축은행 수사 무마 등 의혹이 제기된 김병화(전 인천지검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놓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강창희 의장이 새누리당의 직권상정 요청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냄에 따라 임명동의안 처리는 다음 달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러는 사이 대법원의 기능은 사실상 멈춰져 있다. 대법관 2명이 빠진 대법원 1부는 심리를 중단했고, 한 자리씩이 비어 있는 2부와 3부도 업무 차질을 빚고 있다. 후보 매수 혐의로 기소돼 지난 4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이 선고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상고심은 선거법상 법정시한(상고심 3개월 이내)을 넘겼다.



 대법원은 대법관 4명이 재판 업무를 하지 못하면 하루 평균 33건의 사건 처리가 지연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400건 넘는 사건들이 밀려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처리 지연은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인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여야가 김 후보자 처리에 관한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나머지 3명의 후보자 동의안부터 처리하는 게 맞다. 김 후보자는 스스로 거취를 밝히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길 바란다. 우리는 김 후보자의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는 한 정상적으로 대법관 직을 수행하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후보자도 자신 하나 때문에 대법원이 파행 운영되는 상황은 바라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