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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루수가 누구야’동영상 띄웠다, 1500만 번이나 봤다

중앙일보 2012.07.24 00:02 종합 30면 지면보기
김호근씨는 작품 활동을 할 때 ‘김만중’이란 별명을 쓴다. 조선시대 『구운몽』을 쓴 서포 김만중에서 따왔다. [사진 유튜브]


구와 원기둥만으로 만들어진 단순한 캐릭터의 애니메이션 동영상이 ‘소녀시대’를 눌렀다. 우리 국민 3명 중 1명이 봤다는(조회수 1500만여 건) ‘1루수가 누구야’ 얘기다. 1·2·3루수 선수의 이름이 각각 ‘누구야’ ‘뭐야’ ‘몰라’여서 생기는 해프닝을 다룬 이 동영상은 소녀시대·빅뱅·시스타 등의 뮤직비디오를 제치고 올 상반기 유튜브 국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흥해라흥 픽쳐스 설립 1인 제작자 김호근씨
야구 소재 코믹 애니메이션
“대기업 대리 만큼은 돈 벌어”



 이 영상은 ‘김만중’이란 별명으로 활동 중인 김호근(31)씨 작품이다. 2009년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한 김씨는 작업실도 없이 혼자 일하는 1인 제작자다. 그는 이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었다고 한다. 서울대 출신이면 전공을 불문하고 도전한다는 고시? 생각해 본 적도 없다. 틀에 박힌 생활? 있던 창의력도 사라진다고 생각했다. 대기업 취업은 일찌감치 머릿속에서 지웠다.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되 혼자 할 수 있는 일, 그게 바로 1인 제작 애니메이션이었다.



 직업으로 삼으려면 이 일로 돈을 벌어야 했다. 유튜브의 파트너가 되면 영상에 광고를 붙여 그 수익을 유튜브 측과 나눌 수 있다. 이걸 노렸다. 조회수가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면 매달 고정 수입이 생기기 때문이다. “직장인으로 치면 기본급인 셈이죠. 동영상에 기업 이름·제품을 노출시키는 간접광고(PPL)를 하거나, 캐릭터를 인형이나 문구용품, 이모티콘으로 제작해 파는 식으로 추가 수입을 올리면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실제로 그는 지난 4월 이후 매달 대기업 대리가 받는 만큼은 벌고 있다.



 돈을 벌려면 무엇보다 ‘1루수가 누구야’ 같은 인기 동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는 애니메이션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정교한 그림 대신 내용에 승부를 걸은 건 그래서다. 주제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유머로 정했다. ‘1루수가 누구야’는 1940년대 인기를 끈 미국 코미디를 번역한 것이다.



 2009년 졸업한 그는 학습 과외로 생계를 유지했다. 올 3월부터는 애니메이션 제작에만 집중하고 있다. 매주 한 편씩 제대로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는 “1인 제작자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 게으름”이라며 “고정 팬을 확보해 살아 남으려면 꾸준히 작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1인 제작사 이름은 ‘흥해라흥 픽쳐스’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흥’ 하고 코를 풀라”고 했던 데서 착안했다. ‘성공하라’는 뜻도 있다.



 미국엔 김씨처럼 1인 제작자로 웬만한 사업가 못지 않게 돈을 버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보기술(IT) 인프라 면에서 더 뛰어난 국내 사정은 오히려 그렇지 않다. 그는 “1인 제작자와 콘텐트 소비자가 만나는 장(場)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신의 블로그에 다른 1인 제작자의 작품을 올리는 게시판을 운영하는 건 이같은 이유에서다.



“처음엔 저도 반신반의했어요. 하지만 하니까 되더라고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미디어(인터넷)가 생겼잖아요. 관심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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