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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베즈 캐디로 변신

온라인 중앙일보 2012.07.23 09:35
축구 스타 카를로스 테베즈(아르헨티나)가 골프장에 나타났다. 녹색 잔디 위에 서 있는 모습은 익숙했지만 축구공 대신 캐디 백을 들었다.



테베즈는 22일(한국시간) 영국 로열 리덤&세인트 앤스 골프 클럽(파70)에서 열린 2012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안드레스 로메로(아르헨티나)의 캐디로 변신했다. 로메로는 3라운드까지 6오버파 하위권으로 쳐지자 성적을 포기하고 친구인 테베즈를 코스로 부른 것이다. 테베즈는 연습라운드부터 로메로를 응원하기 위해 대회장에 나타났다.



같은 잔디위라도 축구장과 골프 코스는 매우 달랐다. 테베즈는 좀처럼 골 찬스를 놓치지 않는 스트라이커지만 골프장에서 매우 긴장해 실수가 잦았다. 퍼터 헤드 커버를 떨어뜨려 다시 주으러 뛰어가기도 했다. 캐디 때문인지 로메로의 성적은 참담했다. 보기 5개, 더블 보기 4개에 버디는 단 한 개에 그쳤다. 이날 12오버파를 쳤고 합계 18오버파로 컷 통과한 선수 중 꼴찌가 됐다. 그러나 로메로는 오히려 테베즈가 경기 내내 힘이 됐다고 했다. 그는 “테베즈와 함께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다. 가방이 무거워 힘들었을 텐데도 전혀 불평을 하지 않고 힘을 내줬다. 오늘 샷감도 엉망이고 퍼트도 되지 않아 최악의 경기를 펼쳤는데 테베즈가 옆에서 자신감을 불어 넣어 줬다”고 말했다.



캐디로 데뷔 전을 마친 테베즈는 “코스가 정말 아름다웠다. 위대한 골프 선수들과 나란히 걸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이 내게 일어난 것이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테베즈는 골프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축구 선수로도 유명하다. 그는 올 시즌 4월에 열렸던 맨테스터시티와 노리치시티의 경기에서 맨체스터의 5번째 골을 성공시키고는 골프의 샷을 날리는 세레모니를 선보이기도 했다.



테베즈와 로메로의 인연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당시 테베즈는 소속팀의 만치니 감독과 불화를 겪고 경기 출전을 거부해 6주간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는 벌을 받는 이 시간을 골프를 즐기는 시간으로 썼다. 테베즈는 아르헨티나로 돌아가 골프 연습을 하면서 핸디 캡을 13으로 내렸다. 그 때 테베즈에게 골프를 가르쳐 줬던 골프 선생님이 바로 로메로다.



한편 올해 디 오픈이 열린 로열 리덤 골프 클럽은 맨체스터와 1시간 떨어진 거리에 있다. 2006년 여자 브리티시 오픈 때는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박지성(QPR)의 아버지 박성종씨(53)가 한국 선수를 응원하러 경기장을 찾기도 했다.



리덤& 세인트 앤스 성호준 기자·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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