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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으스러져 통증 심한 난치병 ‘다발 골수종’을 아시나요

중앙일보 2012.07.23 03:10 건강한 당신 9면 지면보기
방송국 사회부 기자 김두수(48·최민수 분)는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 가슴을 찌르는 통증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다발성 골수종’이라는 진단을 받은 것. 다발성 골수종은 암세포가 뼈에 침범해 생기는 혈액암의 일종. 뼈가 으스러지고 잘 부러져 통증이 극심하다. 두수는 아내의 발길질 한 번에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통증 때문에 화장실에 몰래 숨어 진통패치를 붙인다. 늑막과 뼈 전체에 암세포가 전이돼 하반신이 마비되고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얼마 전 종영한 JTBC 월화미니시리즈 ‘해피엔딩’ 얘기다. 드라마 주인공도 극복하지 못한 다발성 골수종은 불치병으로 알려졌다. 가천의대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재훈 교수는 “다발성 골수종은 고령화 사회에서 점차 늘어나는 노인병”이라며 “60세에 발병률이 가장 높지만 조기 진단이 어려워 병을 키우기 쉽다”고 말했다.



JTBC 월화미니시리즈 ‘해피엔딩’의 주인공인 김두수(48·오른쪽·최민수 분)는 다발 골수종으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다발 골수종은 암세포가 뼈에 침범해 생기는 병. 두수는 뼈가 녹고 으스러져 하반신 마비가 됐다. [사진 JTBC]


뼈 녹아 부러지고 통증 심한 노인병



과거에는 드문 질환이었던 다발 골수종 환자의 증가가 심상치 않다. 국내 다발 골수종 환자는 5000여 명. 전체 암 발생의 0.53%를 차지한다.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의 2011년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국내에서 다발 골수종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1020명이다. 1981년(16명)에 비해 30배 이상 늘었다.



 다발 골수종은 뼈 중앙의 골수에서 백혈구의 일종인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증식하는 병이다. 이 교수는 “형질세포가 분비하는 싸이토카인이라는 성분이 과다 분비돼 파골세포(뼈를 파괴하는 세포)가 뼈를 자극하고 녹인다”고 설명했다. 뼈 속에 있던 칼슘이 혈액으로 녹아들어가면 혈액 내 칼슘농도가 높아지고 콩팥이 망가져 신부전증 등이 생긴다. 탈수·의식저하·빈혈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이외에도 박테리아 감염이 잘 돼 폐렴과 요로감염 등이 생긴다. 일반인에 비해 폐렴에 걸릴 확률이 15배가량 높다.



 원인은 불분명하다. 전문가들은 고령화와 환경적 요인을 원인으로 추정한다. 이 교수는 “다발 골수종은 고령화의 그늘”이라며 “60대에 발병률(32.1%)이 가장 높고 70대가 27.7%, 50대가 20.4%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고령화가 우리보다 빠른 미국·영국 등은 발생률이 높다”며 “국내 인구 고령화 추세를 봤을 때 앞으로 더 늘어난다”고 말했다. 유해물질 등 환경 요인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민창기 교수는 “살충제·농약·페인트·중금속 등 화학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방사능·다이옥신·벤젠 등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오십견·골다공증으로 여겨 방치



문제는 다발 골수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치료시기를 놓친다는 것. 뼈의 통증과 골절·피로감 등의 증상이 대표적이지만 나이가 들어 생기는 통증이나 오십견·골다공증으로 여겨 물리치료로 시간을 지체한다.



 이 교수는 “50세 이상에서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는 극심한 피로·빈혈·신장기능 이상·뼈 통증·압박 골절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혈액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허리와 갈비뼈 통증이다. 빈혈로 무력감과 만성피로를 호소하기도 한다. 혈소판 감소로 코피가 터지기도 한다.



표적항암제 등장으로 치료 성적 높아져



다발 골수종은 완치되진 않지만 희망은 크다. 과거엔 진단 후 3년 정도 생존했다. 하지만 최근엔 암세포를 직접 죽이고, 면역 기능을 활성화하는 표적치료제(레블리미드)가 개발돼 치료 성적이 향상됐다.



 이 교수는 “레블리미드가 등장하면서 환자의 생존기간이 1.5~2배 크게 늘었다”며 “조기 진단과 치료에 나선다면 생존율이 6~7년 이상 된다”고 말했다. 젊은 환자에서는 15년 생존율을 목표로 치료를 진행 중이다. 이 치료제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은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올해 열린 유럽혈액학회에서는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이 다른 치료제인 멜파란-프레드니손군과 비교해 종양 진행 위험률을 70%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하지만 비싼 약값이 문제다. 이 교수는 “보험 등재가 되지 않아 한 달 약값이 1000만원이 넘는다”며 “이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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