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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사드, 1982년 아버지처럼 화학무기 공격 준비설

중앙일보 2012.07.23 01:14 종합 16면 지면보기
20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남부 미단 지역에서 정부군이 불에 탄 차량 옆에 서서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정부군은 현장을 촬영하도록 공개하며 “다마스쿠스 치안을 회복했다”고 주장했다. [다마스쿠스 AP=연합뉴스]


시리아 시민군의 다마스쿠스 전면 공격으로 1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사태가 전환점을 맞으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새로운 전쟁’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시리아가 보유하고 있는 치명적인 화학무기의 위협이다. 로이터통신은 올 초 탈영한 시리아군 장성 무스타파 셰이크와의 인터뷰를 21일(현지시간) 보도하며 “시리아 정부가 대대적인 공격 전에 화학무기를 새로운 장소로 옮겨 재배치했다”며 “폭탄 공격으로 고위 관료 4명이 사망한 데 대한 보복을 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정부군서 이탈한 장성 “작전 위해 새 장소로 옮겨”



 아랍권 위성방송 알아라비야도 이날 “활동가들이 데이르 에주르 지역에서 정부군이 유독가스로 민간인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활동가들은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치료받는 어린이의 모습 등이 담긴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앞서 자유시리아군(FSA)과 망명한 나와프 알 파레스 전 이라크 주재 시리아 대사는 이미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첩보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시리아의 화학무기에 대한 걱정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화학무기를 정말로 사용할지 여부다. 알아라비야는 “알아사드가 화학무기를 쓸 경우 치러야 할 물리적·외교적 대가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자신이 정말 벼랑 끝에 몰리면 화학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 그를 아는 이들의 평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알아사드의 아버지 하페즈는 1982년 하마 대학살에서 시안화수소를 사용해 수니파 주민들을 대거 살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전자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화학무기가 누구 손에 들어갈 것인지가 두 번째 우려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정권 붕괴 뒤 혼란을 틈타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나 테러조직 알카에다, 반이스라엘 극단 이슬람 조직이 무기를 손에 넣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직접적인 군사 개입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스라엘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리아의 화학무기가 헤즈볼라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면 적극적으로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 백악관도 “화학무기 우려에 대해 주변국과 적극적으로 의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밑 첩보전도 치열하다. 미 인터넷 매체 데일리 비스트는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이 시리아에 급파돼 화학무기 저장고의 위치와 안전 유지 현황을 파악하고 시민군과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는 유엔의 화학무기금지협약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화학무기 보유 현황을 파악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시리아가 세계 최대 화학무기 비축국이라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다. 시리아의 화학무기 생산시설은 5~6곳으로 추산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시리아가 20여 곳의 저장고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시리아가 보유하고 있는 화학무기의 종류도 다양하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사용돼 큰 인명 피해를 낳은 겨자가스부터 중추신경계 손상을 유발하는 사린, 사린보다 몇 배의 독성을 갖고 있는 VX가스 등이다. 또 히틀러가 제2차 세계대전 때 보유했던 독가스인 타분가스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전문가들은 히틀러가 타분가스를 사용했더라면 연합군이 패배를 면치 못했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 화학무기들은 대부분 단 몇 분 만에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치명적인 물질들이다.



 시리아는 40여 년 동안 화학무기를 개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알아라비야는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것을 목표로 초창기에는 옛 소련이 도움을 줬고, 나중에는 이란이 화학무기 개발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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