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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가 되게 하는 예술이야말로 마술

중앙선데이 2012.07.22 01:46 280호 13면 지면보기
현대 미술계의 악동’ 데이미언 허스트(47)는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가장 높은 영국 작가다. 세계 3대 현대미술관으로 꼽히는 테이트 모던이 런던 올림픽을 맞아 그의 회고전(9월 9일까지)을 개최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인지도 모른다.

런던올림픽 기념 테이트 모던서 회고전, 데이미언 허스트

템스 강이 내려다보이는 7층 사무실에서 그를 단독으로 만났다. 짧게 자른 머리가 은색에 가까웠다. 해골 모양 반지를 끼고 반기는 모습에서 악동의 모습이 느껴졌다. 회고전을 축하하며 소감을 물었다.

“나도 이제 늙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웃음). 항상 스물다섯처럼 느껴졌는데, 더 이상 학생이 아니다! 하지만 좋은 일 같다. 그저 인정하고 나아가야 한다. 이제 보다 젊은 작가들에게 기회를 줄 때가 온 것이 아닐까? 내가 젊었을 때, 그러니까 1996년 뮤지션인 데이비드 보위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얼마 전 찾았다. 당시 보위가 내게 ‘테이트에서 전시하는 것은 어때?’라고 묻자 내가 ‘절대로 안 돼! 테이트는 죽은 작가들을 위한 곳이라고!’라고 대답하고 있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테이트에서 전시를 하고 있고(웃음).”

1 데이미언 허스트. Photography by Billie Scheepers 2 Lullaby, the Seasons 2002 (detail)(2002),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3 Sympathy in White Major - Absolution II (Detail)(2006)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4 What Goes Up Must Come Down 1994, Collection of the artist 5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1991),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6 For the Love of God (2007)<00A9> Damien Hirst. All rights reserved. DACS 2012.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20여 년 기상천외한 족적 한눈에
그가 영국 평단의 공식적인 인정을 받은 것은 1995년 영국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 상인 터너 상(Turner Prize)을 수상했을 때였다. 그리고 이번 테이트 모던 회고전으로 그는 뮤지엄이 공식 인정하는 작가가 됐다.

이번 전시는 20여 년간의 대표작을 한자리에 모았다. 1988년 골드스미스대 미대 학생 시절 기획한 전시 ‘프리즈’에 선보였던 점 페인팅과 약 상자 작품 등 초기작부터 유리 상자 안에 죽은 소 머리를 놓아두거나(‘천년’), 방부액 속에 상어를 집어넣거나(‘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죽음의 육체적인 불가능성’), 해골에 8600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아 넣는(‘신의 사랑을 위하여’) 등 그의 기상천외한 족적을 모두 만날 수 있다. 특히 허스트가 주검의 머리 옆에서 활짝 웃으면서 포즈를 취한 흑백사진 ‘죽은 머리와 함께 (With Dead Head, 1991년)’는 그의 주된 주제인 ‘삶과 죽음’에 대한 강한 암시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1991년 전시 이래로 그동안 한 번도 전시된 적이 없었던 ‘사랑의 안과 밖(In and Out of Love)’ 역시 눈길을 끌었다. 나비의 삶에 가장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한 공간에서 나비들이 테이블 그릇에 담긴 과일과 설탕물을 먹고 살아가고 벽에 걸린 캔버스에 알을 낳는 작품이다. 전시장 곳곳에 나비들이 날아다녔고 때로 관람객들의 어깨 위에 내려앉기도 했다.

“이번에 설치가 아주 잘됐다. 나비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니까 여섯 살짜리 아들이 매우 좋아했다. 이 전시를 벌써 두 번이나 보았고 또 보러온다고 했다. 내 생각에는 요 녀석이 나비들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전시작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신의 사랑을 위하여’를 꼽았다 그는 “터바인 홀 같은 엄청나게 넓은 공간에서 이렇게 작은 작품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굉장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은 믿지 않지만 마술은 믿는다
그는 지금 자신의 갤러리 오픈 준비에 한창이다. 자신의 작품뿐 아니라 리처드 프린스, 제프 쿤스, 사라 루카스, 맷 콜리쇼, 존 커린, 프랜시스 베이컨 등 그동안 컬렉팅한 작품까지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나는 작가지만 관람객 입장이 돼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을 보면서 감동받는 것도 매우 좋아한다. 제프 쿤스는 매우 이상한 사람이지만 그는 굉장한 작품들을 창조하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존경해야 한다. 나는 그의 작품을 몇 점 소장하고 있다. 그의 풍선 코끼리가 내 사무실에 있는데 매일 감탄한다. 이 작품은 내 다이아몬드 해골이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파워를 지니고 있고 평생을 함께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사후 세계를 믿지 않고, 종교를 등졌으며, 신을 믿지 않는다는 그는 “마술을 믿는다”고 말했다. “나는 예술이야말로 마술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은 단순히 한 부분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하나의 부분과 또 하나의 부분을 취해 그 두 개보다 더 큰 무언가를 창조해낸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고 이것이야말로 신적인 행위와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행위를 예술 안에서만 인정한다.”

그는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의 예술을 깜짝스럽게 펼쳐보였던 마술사였을까. 그는 죽은 후에도 작품을 통해 계속 삶을 이어나갈 작가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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