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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59타’ 치게 해준 아내와 다섯 아이를 위하여!

중앙선데이 2012.07.22 00:46 280호 19면 지면보기
데이비드 듀발(40·미국·사진)이 2001년 스물아홉 살의 나이로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당시 언론에서는 ‘킹 데이비드의 등장’이란 표현이 나왔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13번째 우승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듀발은 그 이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박원의 비하인드 골프 <21·끝> 재기 시동 건 데이비드 듀발

1999년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듀발은 디 오픈 챔피언십 우승 이후 허리 부상을 겪기 시작해 7년 동안 추락의 나날을 보내다 2009년에는 랭킹 882위까지 떨어졌다. 현재 랭킹 775위인 그는 자신이 우승했던 무대인 로열 리덤 앤드 세인트 앤스 골프클럽에서 11년 만에 다시 개최된 디 오픈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하지만 2라운드 합계 5오버파 145타(74-71)로 컷 탈락했다. 아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11년 전으로 되돌아가 보자. 듀발이 2001년 꿈에 그리던 디 오픈의 우승컵 클래릿 저그를 받아 들었을 때 세계 골프계는 그가 타이거 우즈(미국)와 양강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그는 여성의 산후우울증과 비슷한 증상에 빠져들었다. 곧이어 애인이었던 줄리 맥아더의 불륜 행각이 드러나면서 그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상실감에 깊숙이 빠져버렸다.

듀발은 엄청난 유연성과 잘 발달된 상체를 갖췄지만 역으로 이는 허리에 심각한 무리를 일으켜 부상의 고통을 끌고 왔다. 2003년 심각한 허리 부상이 발생했을 때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스윙으로 바꾸기 위해 데이비드 레드베터, 릭 스미스, 행크 헤이니 등 유명 스윙코치들을 찾아 다녔지만 헛수고였다.

그의 골프 그립은 ‘모터사이클 그립’이라 불릴 정도의 스트롱 그립이었는데 그립을 교정하다 그만 샷의 정확성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받게 되었다. 그립을 포함한 스윙 교정 노력은 신체의 다른 부위에까지 영향을 미쳐 양 어깨 인대, 팔꿈치, 무릎, 손목 등 부상이 끊이지 않았다.

사실 듀발은 어린 시절부터 큰 상처를 받으며 자랐다. 아홉 살 때 친형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던 브렌트가 자신으로부터 골수이식을 받았으나 결국 재생불량성 빈혈로 세상을 떠났다. 부모의 이혼이 이어지면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불행을 겪었다.

그랬던 그가 2004년 세 아이를 둔 싱글맘 수지 퍼시키트를 만나 결혼하게 된 것은 우연만은 아닌 것 같다. 두 사람 사이에 두 아이가 태어났고 그는 이제 다섯 아이의 아빠로, 남편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지금의 가정생활은 고민할 필요조차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집에 있는 아내와 아이들이 가장 중요하다. 남자, 남편, 그리고 아빠로서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데 대한 긍지가 더 중요하다. 멋들어진 집이나 자동차 등 나머지 것들은 거기에 절대 미치지 못한다.” 아픔 속에서 성장한 그는 가정의 소중함을 하루 하루 실감하며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골프와 사랑이 넘치는 가정, 둘 다를 가졌다. 다만 동시에 가지지 못했을 뿐이다.

이제 그는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정의 뒷받침 위에 또다시 골프 정복에 나서고 있다. 대학 시절 스승이었던 퍼기 블랙먼과 함께 2008년부터 다시 골프에 매진하고 있다. 2009년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우승할 뻔하며 2위에 올랐다. 1999년 59타의 기록을 세웠고, 제5의 메이저라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포함해 18개월 동안 11차례 우승하며 세계랭킹에 1위 자리를 15주간 지키던 시절보다 더 좋은 스윙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아직 무릎과 허리 부상이 완쾌된 것은 아니지만 남은 것은 자신감 회복뿐이라고 한다. 왜 하필 나에게 그 힘든 고통이 찾아왔던 것일까를 가슴에 담아두기보다는 창밖을 내다보며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그의 노력이 눈물겹다. 그가 필드에서 59타를 또다시 기록할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는 인생에서 59타를 치고 있다.



※박원의 ‘비하인드 골프’는 이번 회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립니다. 관심 있게 읽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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