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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 스태그플레이션’ 먹구름, 부동산 위주 재테크 탈피해야

중앙선데이 2012.07.22 00:39 280호 22면 지면보기
경기침체 중에서 가장 대처하기 까다로운 형태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과 복합불황(Combined depression)이다. 이렇게 서두를 꺼낸 건 지금 이에 대한 걱정이 국내외에서 확산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김진영의 돈 버는 은퇴 학교

이해를 돕기 위해 두 개념을 역사적으로 살펴보자. 스태그플레이션은 1979년 세계 석유파동 이후 80년대 전반 미국을 휩쓴 것이 대표적 사례다. 유가 급등으로 불황(Stagnation)에 빠졌는데도 석유파동의 여파로 물가압력(Inflation)이 계속된 상황이다. 경기가 나쁘면 물가가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오히려 물가가 오르니 정부는 금리를 내릴 수도 올릴 수도 없는 진퇴양난을 맞은 것이다. 당시 미국은 고금리를 선택했다가 달러 강세라는 부작용을 견디지 못해 85년 플라자 합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달러가 폭락하며 미국 번영의 상징물인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록펠러 빌딩이 일본에 팔려가는 굴욕을 당했다.

일본 20여 년간 성장·금리 0% 늪
대표적 복합불황은 90년 이후 일본의 장기 침체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경기가 가라앉고, 부동산 대출에 엮인 금융 부문의 부실화가 경기를 다시금 끌어내리는 악순환을 거듭하며 오늘날에 이른 것이다. 일본은 이 20여 년간 복합불황으로 경제성장·물가·금리 모두 0%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경기 급랭의 여파로 금리 0% 먼저 가기 경주를 벌이는 듯하다. ‘선배’인 일본을 미국·유럽이 뒤따르고, 잘나간다던 중국마저 이에 동참하고 있다. 반면 고유가와 세계 각국의 통화팽창, 중국의 물가상승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체감적으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입구에 와 있다. 문제는 여기에 국내 부동산 시장이 무너질 조짐을 보이면서 지진에 이어 복합불황이라는 쓰나미가 덮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 아파트값 거품이 꺼지는 가운데 금융권 대출이자가 오르고 대출상환 압력이 거세질 때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할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과 복합불황이 융합돼 ‘복합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변종불황에 빠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결과는 뻔하다. 성장률과 금리는 0%에 수렴하고 부동산 시장이 마비돼 돈은 구하기 힘들어진다. 체감물가는 10%를 넘어서는 생각조차 하기 싫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요즘 은퇴기를 맞은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가 무언가 알 수 없는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노후 대비 재산이라고 신주단지처럼 모셔온 집 한 칸은 부동산 거래 실종으로 도대체 집값마저 알기 힘들다.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남은 건 대출이자라는 상처뿐이다. 그나마 여웃돈이 조금 있다고 해도 굴릴 곳이 마땅치 않다. 예금을 해도 이자가 박해 장롱에 묻어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유럽 재정위기 뉴스에 출렁이는 주식시장은 이미 들어갈 자신을 잃은 지 오래다. 체감물가는 소비자물가지수 3%대를 훨씬 웃돈다. 50대에 퇴직한 뒤 변변한 일자리 잡기는 갈수록 어려워진다. 과거 재테크나 노후대비 상식으론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는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中위험·中수익의 금융상품 투자
이제 넋두리를 거둬보자.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는 시대, 위기의 일상화 시대에 은퇴자산의 관리 방식을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 첫째, 향후 위험에 노출될 만한 자산은 과감히 줄이자. 둘째, 만일에 대비해 유동성 자금을 확보해 놓자. 특히 부동산의 유동화를 서둘러야 한다. 셋째, 금융시장의 횡보 내지 하락을 전제로 한 中위험·中수익의 금융상품을 활용하자. 몰빵은 안 되지만 어느 정도의 위험 감수는 부득이하다.

우선 부동산 자산을 살펴보자. 부동산 족쇄에 엮이지 말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고금리상품은 바로 대출이다. 부동산 담보대출이 있다면 고금리 투자처를 찾지 말고 우선 담보대출부터 상환해야 한다. 족쇄에서 벗어나는 또 다른 방법은 유동화다. 집을 팔든지 전세 주고 집을 줄여 빠져 나오는 것은 기본이고, 부동산 대출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은퇴 후에 금융권 대출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출을 싹 갚아 버릴 수 없는 노릇이다. 어떤 경우에는 이미 다 갚아서 집에 대출이 없는 경우도 많다. 이때 대출 상환할 자금이나 추가 대출금을 대출이자 정도 나오는 월지급식 금융상품에 넣어 놓는 것이다. 자금을 굴린 돈과 대출이자가 거의 비슷하니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 같지만 이렇게 하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부동산을 유동화한 자금을 어떤 상품으로 운영하느냐 하는 것이다. 은퇴 계층이라면 이제 다양한 금융상품에 대한 기초 상식 정도는 갖춰야 할 시대가 됐다. 일례로 요즘처럼 금리가 낮고 주식시장이 불안할 때는 中위험·中수익 상품인 월지급식 주식연계증권(ELS)을 많이들 권한다. 대출이 아니라 주택연금 대상이 될 경우 당장 돈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주택연금을 받아 월지급식 ELS로 운영하는 방법이 있다. 주택연금을 받아 쓰지 않고 전액을 월지급식 ELS로 운영해 월지급금을 쓰지 않고 적립하면 집을 유동화해 목돈으로 쓸 수 있고, 집을 정리할 일이 생기면 주택연금을 갚고 나오면 된다. 주택연금은 평균수명 연장과 주택가격 하락 추세가 연말께 반영되면 같은 집이라도 향후 받는 주택연금 액수가 작아진다. 주택연금을 할 생각이면 서두르는 것이 좋다.

월지급식 ELS 상품은 종류가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어 선택 폭도 넓다. 특히 경기가 횡보 내지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 국면에서는 극단적 상황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매월 예금이나 채권보다 높은 월지급금을 받을 수 있다. 더욱이 더 극단적인 시장상황에서도 원금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ELS도 속속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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