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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것없는 건 세상에 없다

중앙선데이 2012.07.22 00:28 280호 27면 지면보기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유명 기업에 다니는 한 젊은이가 갑자기 연락을 해 왔다. “신부님! 직업을 바꾸려고요. 연봉도 높고 안정적이지만 이러한 것이 저를 행복하게 만들지는 않는 것 같아요. 더 늦기 전에 제가 행복한 일을 하고 싶어요.”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외국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요. 그러면 일도 잘 하고 무엇보다 제가 행복할 거 같아요.” “그래, 무엇을 하든지 중요한 건 네가 행복한 거야. 잘 판단해 선택하렴.” 아마 그의 부모나 친구들이 들으면 펄쩍 뛸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떻게 들어간 직장인데. 얼마나 많은 젊은이가 취업을 못해 고생하는데 배부른 소리를 하나’.

삶과 믿음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 하지만 과연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일까? 평생을 고민하며 추구해야 할 문제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 삶이 행복하지 못하다면 이 세상 모든 게 무슨 소용이랴. 사람들은 흔히 돈이 많으면 더 행복할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미국의 한 언론에서 ‘돈이 인간의 행복을 좌우할까’란 주제로 조사를 했다. 흥미롭게도 결과는 ‘돈은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였다. 복권 당첨으로 1000만 달러(약 130억원) 이상의 돈벼락을 맞은 사람 가운데 80%는 복권 당첨 이후 더 불행해졌다는 보고가 있다. 갑자기 큰돈이 생기면 처음에는 좋은 집, 좋은 차를 사곤 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욕심이 점점 불어나 결국 인생과 가정이 파탄을 맞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거다.

2002년 영국 심리학자 로스웰과 인생상담사 코언이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스스로 측정하는 ‘행복공식’을 만들어 발표했다. 공식에 따르면 인간의 행복은 인생관·인간관계·자존심·건강·돈 등 여러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실제로 이 공식에 의해 국가별 행복지수를 조사했는데,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가 1위를 차지했다. 돈과 행복이 꼭 비례하는 건 아니란 뜻이다.

행복에 관한 책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행복은 본인의 의지와 깊은 상관이 있음을 강조한다. 행복은 인간 스스로 어떤 마음자세를 지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이 객관적 가치가 아니라 극히 주관적인 것임을 깨닫는다면 행복에 한 발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쓸데없는 일에 많은 신경을 쓰고 살 때가 있다. 어리석은 일에 마음을 쓰고 애를 태운다. 그러다 뒤늦게 모두 무심한 일이요, 쓸데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가슴을 치고 후회한다. 중요한 건 내가 정말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다.

우리의 삶 속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아름다운 삶의 보석들이 반짝이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아무리 사소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더라도 결코 세상에는 보잘것없고 사소한 건 없다. 다만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뿐이다. 이제 마음의 눈을 조금만 크게 뜨면 알게 되리라.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이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이제 다시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법을 배워야겠다.



허영엽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변인·문화홍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오랫동안 성서에 관해 쉽고 재미있는 글을 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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