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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風은 허풍?

중앙선데이 2012.07.22 00:20 280호 30면 지면보기
그동안 우리는 착시현상 속에 살고 있었다. 여성 인력의 사회진출 이슈가 나올 때마다 여성 판사 임용률이 남성을 앞섰다느니 외무고시에서 여성 합격자의 비율이 남성을 앞섰다는 등의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이런 양적 팽창이 마치 모든 걸 해결해준다는 듯한 분위기다. 심지어 기업인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걸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여성의 고용이 문제였으나 요즘은 오히려 남성에 대한 역차별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질적 성장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맥킨지는 2007년 이후 고위직 여성비율 확대의 당위성을 기업경영 차원에서 설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올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 이사회의 여성 비율은 단 1%에 그쳤다. 아시아 10개국 평균(6%)에도 훨씬 못 미친다. 선진국에서 가장 높은 노르웨이(35%)와 비교하면 우리가 갈 길이 얼마나 먼지 알 수 있다. 최고경영진에 진출한 여성의 비율 역시 1%로 아시아 평균 비율 8%에도 못 미친다. 이번 조사 대상이었던 10개국 중 바닥권이다. 그나마 일본과 함께라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우리보다 앞선 나라들 명단엔 인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홍콩·호주·대만·중국·싱가포르가 이름을 올렸다. 중간 및 고위급 관리자 비율에서 역시 한국은 꼴찌다.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이 중간 순위인 걸 감안하면 신입사원을 많이 뽑지만 결국 이들이 중간에 직장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육아 부담으로 인해 퇴사를 하고 자녀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후 다시 직장에 복귀하는 것으로 관찰된다. 그러나 여기엔 함정이 있다. 복귀를 해도 임금이 훨씬 낮은 직장으로 돌아가거나 비정규직이 되기 때문이다. 질적 저하의 악순환이다.
남녀 고용 평등에 관한 법령 숫자에 있어서는 한국이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는다. 제도적 측면의 하드웨어는 있는데 실행할 소프트웨어가 없는 것이 문제다. 예를 들어 육아휴직에 대한 법령이(1년 이내) 있지만 ‘신청’을 해야만 갈 수 있다. 신청하지 않으면 고용주는 육아휴직을 주지 않아도 되고 이에 대한 책임도 없다. 관리자라면 가정을 뒤로 하고 기꺼이 회사를 위해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우리나라 기업문화가 일과 가정의 양립 문제로 고민하는 여성들의 성공적 직장생활을 가로막는 요인이기도 하다.

2016년께엔 생산가능 인구(15∼64세)도 점차 줄기 시작한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인구통계학적 변화로 인한 인재 부족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해결책은 여성인재의 육성밖에는 달리 대안이 없어 보인다.

호주의 사례를 보면 지금 다른 국가들이 여성인재 육성에 얼마나 노력하는지 잘 알 수 있다. 2009년까지만 해도 호주 기업들의 고위직 여성 비율은 국제적 수준에 못 미쳤다. 그러다 호주 언론은 물론 정계·재계가 모두 이 문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0년 호주 성차별방지위원회는 공기업의 이사회 구성원 중 여성비율을 40%까지 확대하도록 정부의 목표 수립을 권고했다. 호주 증권거래소 역시 모든 상장기업에 2011년 중반까지 성 다양성 목표를 설정함과 동시에 추후 진척 상황을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그 결과 호주 내 기업들의 이사회 구성원 중 여성 비율은 2010년 8.3%에서 2012년 3월 13.8%로 증가했다.

여성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들의 자기자본수익률 및 수익실적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 비해 더 높다는 보고서도 있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여성의 리더십이 기업의 실적 개선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따라서 기업 발전을 위해서도 여성 인재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특히 최고 경영층을 위주로 확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당위성에 대한 모든 의구심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여성들의 노력과 더불어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CEO가 진두지휘하지 않는 한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 정부도 여성의 고용을 보장하는 단순한 정책보다 실질적인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 기업, 여성들로부터 양적인 변화가 아닌 질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에겐 차세대 경제성장을 이어갈 인재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김용아 입사 16년 만에 한국 여성 최초로 맥킨지 최고직급인 디렉터에 선임됐다. 하버드대 MBA. 전 세계에서 맥킨지 디렉터는 460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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