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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안철수 현상과 박근혜 캠프

중앙선데이 2012.07.22 00:10 280호 31면 지면보기
지금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의 책상 위엔 안철수의 생각이 올려져 있을 터다. 물론 기자들을 만나선 “뭐, 책을 갖고 해석할 수도 없고, 출마할 생각이 있으면 국민께 확실하게 밝히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자신과 지지율 선두를 다투는 라이벌의 ‘사실상의 출마선언문’에 꽤나 신경이 쓰일 듯싶다.

On Sunday

이 책엔 박근혜로선 아쉬울 ‘보통사람의 경험’이 가득하다. “아내가 딸을 낳았는데 출산휴가도 한 달밖에 못 가고 키우는 게 막막해 장모님댁과 부산 어머니께 맡겼다” “회사를 차리고 직원들 월급을 주려고 어음을 은행에 들고 가 ‘어음깡’을 해야 했다” 등은 유권자들이 공감할 포인트다.

여기에 안철수는 ‘정치 경험 부족’이란 아킬레스건에 대해 “낡은 체제와 결별해야 하는 시대에 나쁜 경험이 적다는 건 오히려 다행 아닌가”라고 맞받는다. 박근혜의 정치 개혁에 대해선 “꼭 저 때문은 아니겠지만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경제민주화를 표방하고, 국회의원의 특권을 줄이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도 저를 통해 국민들의 의사가 전달된 것이 조금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요”라고 해버린다. 본인 입으로 말했다면 민망스러웠을 ‘대통령의 자격’을 언론인 출신 여성 교수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풀어내는 치밀함도 엿보인다.

‘정치인 안철수’의 책에 먼저 응답한 건 유권자였다. 출간 첫날 최고 판매 기록을 갈아치우고 초판(4만 부)에 이어 재판 인쇄에 돌입했다. 일부 인터넷 서점에선 ‘1분당 8권’이 팔렸는데 특히 30, 40대·서울 수도권·강남 3구에서 많이 샀다고 한다. 새누리당의 구애 지역인 수도권, 전통적 지지 기반인 강남 3구마저 들썩이는 셈이다. 21일에도 각 포털사이트의 주요 검색어는 ‘안철수 힐링캠프’였다.

그런데도 박근혜 캠프는 “일종의 감상문 같았다” “거품이 꺼질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고만 한다.

그동안 박근혜 캠프는 보안장치로 출입을 통제하고, 보좌관들이 실세 행세를 하며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불통 캠프’란 지적을 들은 바 있다. 다시 불붙은 ‘안철수 현상’을 대하는 자세에서도 그런 기류가 감지된다. 일부는 “안철수를 건드릴수록 안철수 지지층만 공고하게 만든다”며 ‘관망’을 건의 중이라고 한다.

그런 소극적 태도로는 경제난국 속에서 표심이 오락가락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기 힘들다. 이참에 링 위에 올라온 안철수와 진검 승부를 벌일 순 없을까. 21일부터 8월 19일까지 새누리당 대선 경선이 진행되는데 더 이상 안철수 변수에 대해 침묵하는 건 정답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자신의 비전이 어떤 점에서 안철수보다 더 나은지 차별화할 기회가 될 수 있다. 검증에도 적극 나서고 정책 논쟁도 벌이는 게 바람직하다. “출마 의사를 밝히라”는 철 지난 발언에 그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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