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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를 닮았다는 매미들의 아우성

중앙일보 2012.07.21 02:17 종합 2면 지면보기


장맛비가 그치자 매미떼가 슬슬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대도시의 여름 허공을 가르는 매미 울음은 대부분 말매미 소리다. 귀가 따갑도록 울려대는 억센 울음소리에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말매미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이렌처럼 “매에에에” 하며 쉼 없이 운다. 이에 뒤질세라 몸집 작은 참매미도, 애매미도 “맴맴맴맴…” 합창을 한다. 앞으로 본격적인 열대야가 시작되면 고집불통 매미들의 합창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고 푸념하는 사람도 많아질 것 같다.



 하지만 여름 한철 딱 2주 남짓한 생을 위해 5년, 7년, 길게는 17년을 기다려 온 매미의 삶을 들여다보면 마냥 미워할 수만도 없다. 나뭇가지 틈새에서 부화한 뒤 애벌레가 되면 땅굴을 파고 들어가는 매미는 나무 수액만 빨아먹으며 오랜 시간 허물 벗기를 반복하다가 세상에 나온다.



 우리 선조들은 이런 매미를 보며 다섯 가지 덕(五德)을 가진 선비의 모습을 그렸다고 한다. 매미의 입은 글(文)에 뜻을 가진 선비의 갓끈처럼 곧으며 곡식을 탐하지 않으니 염치(廉恥)가 있다. 또 집이 없으니 검소(儉素)하고 죽을 때를 아는 신의(信義)가 있고 이슬만 먹고 사니 맑다(淸)는 것이다. 해질 무렵 매미 허물이 많이 붙어 있는 나무 밑에 가 보자. 껍질을 벗고 외출을 준비하는 매미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구름 낀 가운데 소나기 오는 곳이 많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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