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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에선 맞고 울었다, 런던 가면 때리고 웃겠다

중앙일보 2012.07.21 01:50 종합 12면 지면보기
복싱 라이트플라이급 국가대표 신종훈(23)은 24년 만에 한국 복싱에 금메달을 안길 후보다. 세계랭킹 1위인 그는 “금메달을 따겠다”고 자신했다. [연합뉴스]
“제가 복싱 체육관에 데려갔어요. 저는 한창 놀고 싶을 때라 중간에 그만뒀지만 종훈이는 끝까지 버티더라고요.”


24년 만에 한국 복싱 금메달 꿈꾸는 신종훈

 복싱 국가대표 신종훈(23·인천시청)은 친구 이민규(23)를 따라 중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글러브를 꼈다. 같이 놀자는 친구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복서의 꿈을 꾸며 구슬땀을 흘렸다. 세월은 흘러 20일 인천국제공항. 신종훈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복을 입고 친구의 배웅을 받았다.



 복싱 최경량급인 라이트플라이급(49㎏) 신종훈은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그가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24년 만에 올림픽 복싱 경기장에서 애국가가 울린다. 한국의 복싱 금메달리스트 계보는 1988년 서울올림픽 김광선(플라이급)과 박시헌(라이트미들급)에 멈춰 있다. 현재 라이트플라이급 세계랭킹 1위인 신종훈이 끊긴 금맥을 이어줄 것으로 복싱계는 기대한다.



 신종훈은 경북체고 2학년부터 졸업할 때까지 2년간 전국 대회 최경량급 전관왕을 달성했다. 2009년 세계복싱선수권대회에서는 동메달을 따내며 이름을 알렸다. 2011년 세계복싱선수권 은메달, 아시아복싱선수권 금메달을 획득했다. 올해 2월 복스카이 국제복싱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그의 장기는 빠른 발이다. 링 위에서 날랜 스텝으로 상대의 얼을 빼놓는다. 그는 “발이 빠르면 상대 선수를 귀찮게 하면서 공격 타이밍을 노릴 수 있고 상대 주먹이 빗나갈 가능성이 크다”며 자신의 장점을 이야기했다. 파워가 약한 게 흠이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며 약점을 보완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신종훈은 한 단계 성장했다. 그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혔지만 지나친 자신감이 독이 됐다. 신종훈은 8강전에서 카자흐스탄의 자키포브 비르잔(28)과 맞붙었다. 1라운드부터 상대에게 점수를 허용해 심리적으로 쫓기기 시작했다. 조급한 마음에 마구잡이로 파고들다 역으로 당해 3-17로 대패했다. 경기 후 신종훈은 많이 울었다고 한다. 그는 “그때는 정말 모든 게 끝난 줄 알았다. 돌이켜보니 성숙해진 계기가 됐다”며 “경기를 편하게 풀어가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그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다”고 했다.



 다른 선수들이 먼저 산을 타면 그가 맨 뒤에서 뛰는 ‘뒤에서 뛰기’ 훈련도 도움이 됐다. “선두로 달리면 앞 사람이 없어 잘 가고 있는지 불안하다. 뒤쪽에서 따라잡으면 마음도 편안하고 더 집중이 잘된다”며 훈련 효과를 이야기했다.



 런던올림픽부터 득점 규정이 바뀌었다. 전에는 상대가 가드를 내리는 순간 안면 타격을 해야 득점으로 인정됐지만 이번부터는 가드를 올려 방어를 하더라도 정확하게 때리면 점수를 얻는다. 또 복부 공격이 득점으로 인정되면서 공격에 적극적인 선수들이 유리해졌다. 저돌적인 스타일인 그도 “규정이 바뀌어 유리한 면이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신종훈은 “런던에서 마음 아파 울고 싶지 않다. 꼭 금메달을 목에 걸고 웃으며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런던행 비행기에 올랐다.



  성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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