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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된 육수 썩은 양배추…내가 먹는다고? 헉

중앙일보 2012.07.21 01:31 종합 19면 지면보기
서울 영등포의 한 야식업체 주방. 음식물쓰레기 바로 밑에 배달할 국물이 놓여 있다.
전화 한 통에 한밤중에도 음식을 배달해주는 야식업체들.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여름밤, 이들 야식집에서 가져다주는 족발·보쌈·치킨·피자 등은 출출한 배를 채우기 안성맞춤이다. 마침 2012 런던올림픽 D-7일. 심야 응원할 일이 많은 올림픽 기간은 야식업체들의 최대 성수기다. 하지만 상당수 야식업체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불량 먹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JTBC ‘미각스캔들’ 제작진이 서울 시내 야식업체 4곳을 잠입 취재, 그 실상을 파헤친 결과다.


[미각 스캔들]
1주일된 육수, 썩은 양배추 그대로 써
주방엔 곰팡이, 도마엔 새까만 때
한 업체가 10개 식당 이름 걸고 영업
불량 음식 문제 생겨도 큰 타격 없어

업체 종업원 “나도 못 먹어”



 서울 영등포동 A야식업체는 모텔촌 골목 지하에 위치해 있다. 주방 바닥은 곰팡이로 얼룩져 있고, 반찬들은 뚜껑 없는 용기에 담긴 채 널려 있다. 음식물 찌꺼기가 달라붙어 있는 가스레인지 주변이며, 도마·행주·식기 등은 하나같이 지저분하다. 제작진이 휴지로 소스통을 닦자 새까만 때가 묻어 나왔다. 동대문 의류상가 주변 B야식업체 상황도 비슷하다. 이 업체의 종업원 C씨는 구역질이 날 것 같다는 뜻으로 “쏠려, 쏠려”라며 “이런 데 와서 일해 보니 나도 못 먹을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지난 9일 ‘미각스캔들’ 제작진이 찾아간 화곡동 D야식업체에서는 족발과 보쌈을 삶는 육수를 일주일째 갈지 않고 사용하고 있었다. 주인 E씨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삶을 때 물이 적어지면 2주일 안 될 때도 있고…”라며 엉겨 붙은 기름만 걷어냈다. 식재료의 위생 상태도 불량했다. 팔다 남은 족발, 썩은 양배추 등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들 야식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은 각 지자체 소관이지만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 F구청 위생과 담당자는 “우리 구에만 음식점이 5000개”라며 “어느 업소를 정해두고 수시로 (단속하러) 나가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3만원 짜리 팔면 1만원은 직원 성과급



10여 대의 전화기를 놓고 영업 중인 서울 천호동의 한 야식업체. 전화기마다 소개하는 업체 이름이 다르다. [사진 미각스캔들]
 야식업체들은 영업 방식도 독특했다. 천호동 G업체 주방엔 전화기가 10여 개나 있었다. 각 전화기마다 고객에게 밝히는 상호가 달랐고, 담당하는 배달 직원도 달랐다. 하나의 업체가 마치 제각각 다른 10여 개의 업체인 척하는 시스템이다. ‘미각스캔들’ 김용식 PD는 “배달직원이 각자 자기한테 배정된 상호의 전단을 뿌리고, 그 상호로 주문이 들어오면 그에 따른 성과급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2만5000∼3만원 하는 야식요리 하나를 팔면 해당 직원에게 1만원씩 성과급을 준다는 거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불량 음식을 배달한 뒤 문제가 생겨도 업체에 별 타격이 없다. 소비자들로선 H업체에 실망해 다음번 주문은 I업체로 했는데, 실은 두 업체가 같은 곳이라는 황당한 일이 생기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소비자연대 이진우 변호사는 “소비자에 대한 기만행위”라며 “위생상태가 나쁜 음식이 배달 왔을 때 그냥 넘어가지 말고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미각스캔들’ 제작진은 불량 야식업체를 피할 비법도 제시했다. 실제 조리공간이 확인 가능한 검증된 업체만 이용하고, 주문 전화를 걸었을 때 업체 이름을 대지 않고 그냥 “식당입니다”고 말하는 곳은 상호를 여럿 사용하는 곳이니 이용하지 말 것 등이다. 불량 야식업체의 실상을 다룬 ‘미각스캔들’은 22일 일요일 밤 11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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