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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만 거짓말 ? 야근시간 부풀리는 당신은 …

중앙일보 2012.07.21 00:43 종합 30면 지면보기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댄 애리얼리 지음

이경식 옮김

청림출판 344쪽

1만6000원




“세상 사람들 중 1%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지요. 또 1%는 어떻게든 자물쇠를 열어 남의 것을 훔치려 합니다. 나머지 98%는 조건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 동안에만 정직한 사람으로 남습니다. 자물쇠는 문이 잠겨 있지 않을 때 유혹을 느낄 수 있는, 대체로 정직한 사람들의 침입을 막아줄 뿐이지요.”



 그렇다. 이 책은 이런 보통사람들이 범하는 ‘부정행위’의 심리적 원인을 파고든다. 500억 달러(약 55조원)의 피해를 낸 사상 최고 사기범 버나드 매도프(전직 미국 증권 중개인) 같은 ‘전문가’들이 주요 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니 저축은행 비리 등 반복되는 권력층의 부패심리나 그 처방이 궁금한 이들이라면 조금 실망할지 모르겠다. 부정행위도 새로 들여놓은 장비 비용을 벌충하기 위해 값비싼 치료를 권하는 의사나 골프 타수를 줄이기, 짝퉁명품 구입하기 등 ‘소소한’ 것들이니 말이다.



 그런데 흥미롭다. 도덕성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기도 한다. 『상식 밖의 경제학』 등 세계적 베스트셀러를 낸 지은이가 다양한 실험을 유려한 문체로 명석하게 설명해주는 덕분이다.



 책은 불편한 진실투성이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정직한 사람이라 말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단다. 부정행위로 얻을 이득, 적발될 가능성, 그리고 처벌의 엄중함을 감안해 부정을 감행하는 게 아니라 비합리적 요인이 많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정행위와 자기 자신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그리고 그 대상이 돈이라는 실체에서 멀어질수록 더 쉽게 부정행위를 저지른다.



 지은이는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이 의사를 상대로 로비를 할 때 부담 없는 머그잔·볼펜 등으로 시작해 결국은 자기네 약을 처방하는 단계까지 진행하는 예를 들었지만 입사 시험 등에서 지인의 자제에게 가점을 주는 데 거부감이 없는 우리네 세태가 그 적절한 예 아닐까.



 이런 심리는 자기합리화, 자기 동기부여 등으로 설명 가능한데 그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자아고갈(ego depletion)’이란 개념이다. 욕망을 이겨내는 데는 에너지가 소모되기에 끊임없이 쏟아지는 유혹에 맞서 싸울 힘은 시간이 흐를수록, 유혹이 축적될수록 약해진다는 이론이다. 예컨대 다이어트를 위해 온종일 소식을 하던 이가 저녁이면 결국 폭식을 하는 것이 그렇다는데 지은이는 이와 관련해 ‘어차피 이렇게 된 거(What-the-Hell) 효과’라는 걸 든다. 사람들은 자신이 정한 기준을 한 번 깨고 나면 더 이상 자기행동을 통제하려 들지 않아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부정행위를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 맥락에서 또 하나의 불편한 명제가 제시된다. 짝퉁 명품을 쓰는 사람들은 도덕적 자제력이 약해 부정 행위의 어두운 터널로 더 많이 접어든다는 주장이다. 명품 선글라스를 사용하게 한 뒤 간단한 수학문제를 풀고 스스로 채점한 뒤 상금을 갖게 하는 실험(부정행위는 조금씩 있게 마련이었다)에서 ‘진품집단’ 피실험자들의 30%만이 부정행위를 저지른 반면 ‘짝퉁집단’에선 74%가 성적을 부풀렸다.



 지은이는 정교하게 설계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짝퉁의 대가를 치르는 것은 명품 회사들만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한 차례의 부정행위는 자신의 훌륭함을 과대포장하고 그것은 믿는 ‘자기신호화’와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효과가 작용해 그 사람의 행동을 영속적으로 바꿔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짝퉁 명품에 대한 대가를 ‘도덕성’이라는 화폐로 치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불편한 진실은 이것만이 아니다. 창의적인 사람들이 거짓말을 더 잘한단다. UCLA연구팀의 조사 결과 병적인 거짓말쟁이들은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전두엽에 연료를 공급하는 뇌세포(회백질)의 양이 정상인에 비해 14.2%가 적은 반면 서로 다른 기억과 생각들 사이의 연관성을 더 많이 조작해 낼 수 있는 백질의 양은 정상인보다 22~26% 더 많았다는 사실을 인용한다.



 이는 옳지 않은 행위를 하면서 옳은 일을 한다고 스스로에게 설명할 수 있는 자기기만 또는 자기합리화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일부 지도층의 숱한 식언(食言)과 말 뒤집기도 이런 뇌의 특성 때문일까.



 하여튼 지은이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저지르는 막대한 규모의 부정보다 수많은 선량한 사람들이 야근 시간을 부풀리고, 보험금을 실제보다 높게 청구하며, 불필요한 치료를 권하는 등의 사소한 부정행위의 사회적 비용이 더 크다고 한다. 몇몇 ‘썩은 사과’의 문제가 아니라 부정행위는 ‘전염’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책에는 마땅한 부정 근절법이 제시되지 않았다. 집필 의도가 분석이지 처방은 아니기 때문인데 문제의 근원을 파악한다는 점에서 출발점으로선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그나저나 책에 실린 이야기 한 토막. 학교 짝꿍의 연필 한 자루를 훔친 여덟 살배기 아이를 꾸짖던 아버지가 그런다. “연필이 필요하면 얘기를 하지 그랬어. 그러면 아빠가 회사에서 연필 몇 다스라도 가져다 줄 텐데.”라고.



 아마 이런 태도가 언론 지면을 장식하는 우리 사회 부정부패의 자양분이 되는 건 아닐지. 잡스런 사기꾼이든, 아니면 거창한 대의명분을 앞세운 정치인이든….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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