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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갈등, 엄마가 죄책감 느낄 필요 없어요

중앙일보 2012.07.21 00:17 종합 32면 지면보기
세 자녀의 엄마이자 정신분석학자인 박경순 서울여대 교수는 “부모는 자녀와 함께 성숙해가며, 그 밑거름이 되는 것이 갈등”이라고 말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엄마들은 강한 아이를 희망한다. 문제는 ‘어떻게’다. 신간 『엄마 교과서』(비룡소)의 박경순 교수(51·서울여대 특수치료 전문대학원)는 이렇게 말한다.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우는 일은 엄마가 백김치 담그듯 곱게 싸서 숙성시키는 것과 같다”고. 알토란 같은 재료가 흘러나오지 않도록 그대로 담아서 익히는 것, 자꾸 휘젓고 흔들면 속이 다 터져서 안 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저자 인터뷰 - 『엄마 교과서』 펴낸 박경순 교수



 『엄마 교과서』는 연년생 두 딸에 세 살 터울의 막내아들, 이렇게 세 자녀를 둔 엄마로서의 경험과 임상심리학자·정신분석학자로서 접한 이론을 결합한 책이다. 친근한 에세이이면서 상담 현장에서 만났던 엄마들의 고민과 전공 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담았다.



 박 교수는 무엇보다 부모가 자녀와의 갈등을 수치스럽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갈등은 성숙의 기회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엄마의 빛깔, 즉 엄마 감정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자랍니다. 엄마와 아이의 갈등은 아이와 엄마 속에 있는 불안한 아이, 주눅 든 아이와의 싸움일 때가 많아요. 갈등이 생기면 한 발짝 물러나 내가 어떤 아이였는지, 우리 부모는 어땠는지 돌아보는 게 중요합니다.”



 즉, 부모가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갈등에 대한 시각을 바꾸라는 조언이다. “잘 자란다는 건 갈등 없이 자라는 게 아니라 갈등을 잘 극복해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성숙한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아이를 키우며 부모가 성숙해진다는 걸 아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는 한국 문화에서 꼭 짚어봐야 것들로 착한 아이 증후군, 공격성, 나르시시즘(‘내가 가장 잘났다’고 여기는 것) 세 가지를 꼽았다. 착한 아이 증후군은 자기가 원하는 것보다 엄마가 원하는 아이로 자라는 것이다. ‘좋은 스펙’은 ‘창의성’과 거리가 멀 수 있고, ‘엄친아’ ‘엄친딸’ 본인은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아이들의 공격성을 꼭 억압해야 할 것으로 볼 게 아니라 중요한 에너지의 근원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엄격한 게 전부가 아니고 적절히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혜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너 살의 아이들이 꼭 넘어야 할 산이 있다면, 그게 바로 나르시시즘이다. 정상 발달인 만큼 칭찬에 인색해지기보다 “내 새끼 최고!”라며 메아리를 울려주란다.



 박 교수의 세 자녀는 미국 브라운대·코넬대를 졸업했거나 재학 중이다. 하지만 두 딸의 전공만해도 심리학과 호텔경영학으로 많이 다르다. “저도 조기교육에 앞장 선 극성 엄마였어요. 하지만 사춘기 때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며 정신이 번쩍 들었죠. 제가 정신분석을 직접 받아보며 ‘아, 부모 노릇이란 이런 거구나’하고 깨닫기 시작했을 때 아이들은 이미 중요한 시기를 보낸 뒤였죠. 엄마들에게 자책하지 말고, 마음을 편안하게 갖고 가자는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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