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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일본과 협력해야 할 5가지 이유

중앙일보 2012.07.21 00:06 종합 39면 지면보기
마이클 그린
미국 CSIS 고문
2년 전 천안함 사건 이후 탄력을 받아온 한·일 간 안보협력이 갑자기 암초에 걸렸다. 최근 문제가 된 정보교류협정 때문이다. 올 연말 대통령 선거가 끝날 때까지 정보교류와 군수지원협력은 아예 논의조차 안 될 듯한 분위기다. 양국 간 협력의 좌초는 오바마 행정부뿐만 아니라 부시 행정부에서 동북아 정책을 담당했던 필자에게도 큰 실망이 아닐 수 없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미 간 동맹과 미·일 간 동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이 시작되면서 구축됐다. 특이한 것은 두 동맹이 별개로 추진됐다는 점이다. 당시 서유럽 지역 국가들과 한꺼번에 구축한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대조된다. 같은 지역이면서 별개로 추진된 것은 당시 일본의 요시다 총리가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 대륙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전쟁에 일본이 휩쓸릴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미국 덜레스 국무장관도 지역동맹을 만들 경우 이승만 대통령이 제2의 한국전쟁을 일으키면 한꺼번에 휩쓸릴까 우려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정세가 바뀌었다. 별개의 동맹 사이에 생긴 벽이 미국의 대외정책에 걸림돌이 되었다. 98년 대북특사 페리 전 국방장관이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했다. 그 자리에서 나와 빅터 차(조지타운대 교수)는 미국의 입장에서 ‘한·미·일 3국 협력의 강화’를 주장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한·미·일 3국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이다. 북한의 예측 불가능한 도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3국 협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인에겐 미국보다 한국의 이익이 중요할 것이다. 현실을 냉정하게 따져보자. 과연 한국의 안전을 지키고 영향력을 확대할 방안이 무엇인지. 일본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한국에 이익이 되는 이유를 적어도 5가지는 꼽고 싶다.



 첫째, 국방관계자들은 잘 알 것이다. 한반도에서 비상사태가 벌어질 경우 한·일 간의 협력 부재는 양국 모두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가정해 보면 이는 분명해진다. 한국과 일본 간 정보교류가 없을 경우 북한이 양국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에 공동 대응하기 어렵다.



 둘째, 한·일 간 안보협력이 강화될 경우 한국은 일본에서 한창인 안보관련 논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일본 정치는 우경화하면서 공동 방위 협력을 벗어나 독자적으로 움직이려 하고 있다. 이는 한국 입장에서 우려할 일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런 논의 과정에서 대외 방위 협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재편하려는 일본의 고민이 숨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일본과의 군사정보와 군수협력에 적극 나설 경우 보다 큰 발언권을 가질 수 있다. 멀리 떨어져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보다 뛰어들어 발언권을 행사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다.



 셋째,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한국은 미국에 대한 발언권도 높일 수 있다. 부시 정부 시절 TCOG 회의에 참석했던 경험으로 말하자면, 한국이나 일본이 같은 목소리를 낼 경우 미국이 거부하기 힘들 정도였다. 두 나라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주요 협력국이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우리 동맹국들이 원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상당히 결정적이다.



 넷째, 한국의 선택지는 여러 가지다. 일본과 협력을 강화한다고 해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을 하지 못한다거나, 중국과의 양국 협력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 한국과 일본의 협력 강화는 중국으로 하여금 한국과의 협력 강화를 서두르게 만들 수도 있다. 협력 강화가 기정사실화될 경우 중국은 한국의 안보협력을 방해하는 노력도 포기하게 될 것이다. 한·일 간 정보·군수 협력은 새로운 의무를 추가하는 내용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한·일 간 협력은 북한에 대한 경고가 될 수 있다. 북한의 도발은 주변국들의 협력을 강화할 뿐이라는. 최근 한·일 양국 간 협력의 중단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독촉하는 분위기만 조성할 뿐이다.



 개인적으로 일본 정치인을 만날 때마다 “한국과의 협력 강화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부탁한다. 대부분 경청해준다. 그러나 극히 일부에서는 욕한다. 극우만화 ‘고마니즘’은 나를 반(反)일본, 친(親)한국의 십자군으로 묘사한다. 반면 일부 한국 블로거는 나를 반(反)한국, 친(親)일본으로 묘사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친(親)미국일 뿐이다. 나는 확신한다. 친(親)한국 한국인과 친(親)일본 일본인이라면 모두 동의하리라고. 갈수록 불안해지는 동북아 지역에서 우리가 지키려고 하는 것은 평화와 번영과 민주라는 공동의 가치라는 것을.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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