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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도 유전될까? 책 읽고 토론하는 생물 수업

중앙일보 2012.07.18 03:13 Week& 2면 지면보기
경기도 발곡고의 생물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과학 독서를 기반으로 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달 18일 경기도 의정부시 발곡고 2학년 생물 수업. 삼삼오오 모여 앉은 학생들은 교과서 대신 책 『3단합체 김창남』을 펼쳤다. 이날 과학 수업은 과학 도서를 활용한 토론으로 진행됐다. 주제는 ‘왕따 현상과 이기적 유전자’. 김태호 교사는 “왕따는 진화적으로 유리한 전략일까? 읽은 책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 안에 왕따가 생기면 어떻게 할지 토론해보자”고 제안했다.

독서하며 과학 배워요
경기도 의정부시 발곡고



 학생들은 읽어온 책 내용을 설명하며 입씨름을 벌였다. 신동환군은 “왕따를 방치하는 다수의 침묵이 발생하는 이유는 주입식 교육 때문”이라며 “적자생존이 과거엔 통용됐더라도 현대 교육에선 왕따라는 문제를 낳으므로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지영양은 “약자인 소수의 입장도 고려하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학생들은 ‘죄수의 딜레마’ 이론을 이용해 책 속 주인공들의 협력과 배신 관계를 분석하기도 했다. 김세희양은 “한 사람만 노력해서는 왕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상호협력 관계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력을 방관하는 집단에 불이익을 주는 법이 있다면 합리적일까?’라는 질문에 전다현군은 “‘인과응보’로 폭력을 방관한 학생의 인간관계마저 단절시킬 수는 없다”며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과학 독서를 활용한 토론 수업에 대해 홍은지(발곡고 3)양은 “교과서 내용을 다각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과학 교양서를 읽은 덕에 무관심했던 생물과 의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자랑했다. 김 교사는 “과학 도서를 읽으면 학생의 경험과 가치관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도 모색할 수 있다”고 수업 효과를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과학 독서법으로 방학 중 집에서도 과학에 대한 배경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쌓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를 위해 과학 도서를 처음 읽는 학생에겐 “‘과학 위인’에 관한 책부터 도전해 볼 것”을 권했다. “유명한 과학자들의 일생을 서술한 책은 과학자의 연구과정과 업적을 엿볼 수 있어 과학 독서에 취미를 붙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취미가 붙은 뒤엔 “‘기술’을 다룬 과학책에 도전할 것”을 권했다. 비행기·로켓·증기기관·자동차 등 과학기술의 발전과정을 서술한 책은 생활 속 발명품의 역사를 알려주고 미래 과학기술을 전망해준다는 설명이다. 일상에서 쓰는 제품의 과학원리를 알려주는 ‘과학 지식’ 도서는 과학적 이론과 현상을 쉽게 설명해준다. 『종의 기원』과학 혁명의 구조』와 같은 책은 과학과 철학을 동시에 배울 수 있어 논리적인 사고를 익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



 책을 읽은 뒤엔 저자의 생각과 내 생각을 비교해 본다. 논쟁거리가 될 만한 주장이 담긴 문장에 밑줄을 긋는다. 색깔별로 포스트잇을 이용해 본인의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엔 노란색, 반대에는 파란색, 일부만 동의하면 주황색이나 녹색을 붙인다. 김 교사는 “책 한 권에 여러 색깔의 포스트잇이 붙으면 저자의 주장에 대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자의 주장에 대해 나의 생각을 쓰는 ‘3줄 서평 쓰기’를 하면 책 내용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온라인에 서평을 쓰면 기록으로 남길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할 수 있다.



 김 교사는 “내용을 요약하는 기회를 자주 갖는 것도 좋다”며 “가족이나 친구가 모인 자리에서 읽은 책의 내용을 나누면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도 있다”고 추천했다.



  김슬기 기자





김태호 교사가 추천하는 과학 도서



중1~고3 『수학으로 이루어진 세상』

중3~고3 『아톰으로 이루어진 세상』『희망의 이유』 『천재들의 과학노트 7』

고1~고3 『파인만 씨, 농담도 잘 하시네!』『다윈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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