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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장점 찾고, 친구가 말하는 내 장점 듣고 … 모두가 1등 되는 시간

중앙일보 2012.07.18 03:10 Week& 9면 지면보기
지난 5월 24일 경기도 시흥시 함현중 2학년 도덕 수업, 엄숙해야 할 수업 시간에 “깔깔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학생들은 교과서가 아닌 TV의 한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 영상을 틀어준 손혜진(도덕) 교사도 제자들 무리 속에 섞여 함께 웃었다. 손 교사는 “도덕이라는 딱딱한 가치관을 이론이 아닌 마음으로 체감하도록 마음의 빗장을 풀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라며 수업 전 영상을 보여주는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도덕 수업은 ‘행복교과서 수업’의 하나로 마련된 시간이다.


[행복해지는 법을 배우는 수업] 경기도 시흥시 함현중

경기도 시흥시 함현중 행복교과서 수업 시간에 손혜진 교사(가운데)와 학생들이 친구에게 보내는 포스트잇을 읽어 보며 웃고 있다. [김진원 기자]


행복 수업은 서울대 행복연구센터가 제작한 행복교과서를 바탕으로 한 수업이다. 손 교사는 “교과서 이론만 보는 데서 벗어나 행복교과서 내용과 관련된 체험활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영상을 보고 한바탕 웃음으로 마음이 열린 학생들에게 손 교사는 “남을 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며 화두를 던졌다. “하루 1분이면 충분하다는데”라며 ‘1분의 배려’를 주제로 다룬 공익광고 영상을 보여줬다.



내용은 2학년 도덕 교과의 ‘좋은 이웃이 되려면’ 단원과 연계해 손 교사가 준비한 자료다. 광고 영상은 ‘어르신과 함께 횡단보도 건너는 시간 23초, 버스 벨 대신 눌러주는 시간 4초,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시간… 하루 1분이면 충분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를 본 학생들은 새로운 교훈을 알게 됐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손 교사는 “여러분이 하루 1분을 내어 실천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그림으로 그려 보자”며 흰 종이를 나눠줬다. 학생들은 ‘수업 후 내가 칠판 지우기’ ‘아픈 친구의 책가방 들어주기’ ‘쓰레기 줍기’ 등을 그렸다. 김숙현(함현중 2)양은 “할머니의 무거운 짐을 들어드린 기억을 그림으로 그렸다”고 말했다. 이정재(함현중 2)군은 “행복해지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라며 “무심코 지나쳤던 소중한 가치를 깨닫고, 스스로 돌아보고 생각할 계기를 준다”며 수업에 대한 소감을 설명했다.



 ‘1분의 배려’ 광고 보고, 실천할 만한 봉사 그려



행복 수업에 공감한 학교들은 행복 수업 전담 교사까지 선출해 학교의 특성을 담은 행복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서울 강남구 개포중은 창의체험 시간을 활용해 행복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학년 수업을 담당했던 조은영(국어) 교사는 “공부에 관심이 없던 학생들도 이 수업에서만큼은 자신감을 보인다”며 학생들의 변화를 설명했다.



조 교사의 행복 수업은 ‘강점 기사문 작성’과 ‘버킷리스트(bucket list·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 작성’으로 꾸며진다. ‘강점 기사문 작성’은 국어 교과서의 ‘기사문 작성’을 활용해 친구의 강점을 찾아 기사로 작성하는 활동이다. 친구의 좋은 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친구가 보는 나의 강점을 들어보며 자존감을 높이는 수업이다.



‘버킷리스트 작성’은 ‘목표 세우기’ 덕목과 연결지어 하고 싶은 일 10가지를 맘껏 상상하는 활동이다. 학생들은 ‘학원 안 가고 하루 종일 놀기’와 같은 목표들을 세우며 마음의 위안을 찾는 시간을 가졌다. 조 교사는 “학생들의 감춰진 면을 이해할 수 있는 수업”이라며 “모두가 일등이 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중은 봉사에 행복 수업의 초점을 맞췄다. 활동은 ▶아우 인형 만들기(유니세프에 아우 인형을 만들어 기증하면 어려운 이웃에 수익금이 전달되는 사업) ▶빵 만들어 지역 독거노인에게 나누기 ▶부모와 교사에게 감사편지 쓰기 등이다. 행복 수업·봉사활동·인성교육이 한데 어우러졌다. 진건중 백경은 교사는 “학생들이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예절과 가치관을 심어준다”며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는 법을 체득하는 수업”이라고 말했다. “친구·사제 간에 추억을 만들고 감정을 교류하며 창의력도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학부모 김영이(42·여·경기도 시흥시)씨는 “수업을 귀찮아하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변했다는 얘기를 자녀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과 학업 스트레스를 줄이는 인성교육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함현중 박성규 교장은 “학생·교사·학부모가 모두 소통하는 장”이라며 행복 수업의 의의를 전했다.



김슬기 기자





◆행복교과서=우리나라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최하위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 행복연구센터가 주관하고 서울대 문용린·최인철 교수, 행복마을 용타 스님, 현직 초·중등 교사들이 개발에 참여했다. ‘관점 바꾸기’ ‘감사하기’ ‘비교하지 않기’ 등의 덕목으로 총 10단원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함현중을 포함한 18개 행복 수업 시범학교들이 내용을 수업에 접목해 행복 수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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