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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들 제 집선 안우는데…" 김정은에 '들통'

중앙일보 2012.07.18 03:00 종합 4면 지면보기



이영호, 김정은 수행 갑자기 줄어…5월부터 문책 낌새
공개활동 횟수 분석해보니













북한 군부의 핵심 실세에서 하루아침에 실각한 이영호 전 총참모장의 행보에 지난 5월부터 그림자가 드리워졌던 것으로 분석됐다. 본지 확인 결과 이영호는 올 들어 김정은의 공개 활동에 1월 6회, 2월 2회, 3월 6회에 이어 4월에는 13회나 참여했다. 김정은의 공개 활동에 절반 가까이 등장한 것이다. 군부 책임자인 그의 활동은 은하수악단 음악회(1월 2일 등)와 만수교고기상점 준공식(4월 26일) 등 비(非)군사분야에서도 이어졌다.



 그러나 5월 들어 그의 활동은 확 줄었다. 5월 1회, 6월 3회에 그친 데 이어 7월엔 김일성 사망 18주기 금수산태양궁전 참배(8일)가 고작이다. 이런 추이는 지난 4월 군 총정치국장에 오른 최용해의 급부상과 맞아떨어진다. 1월 2회, 2월 0회, 3월 2회에 그치던 최용해의 김정은 수행 횟수는 4월 15회로 이영호를 추월했다. 이후 8회(5월), 2회(6월), 2회(7월)를 기록하고 있다. 이영호가 최용해와의 권력 다툼에서 밀렸다는 관측을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인제대 진희관(통일학) 교수는 “북한에서 최고지도자 수행 실적은 권력과의 거리를 나타내는 지표”라며 “최용해의 급부상과 이영호의 몰락이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말했다.



 김일성의 항일 빨치산 시절 오른팔이었던 최현과 주치의를 맡았던 이봉수의 아들(최용해, 이영호)이 군 총정치국장과 총참모장으로서 권력 다툼에 휘말린 점도 관심사다. 북한에서 빨치산 출신은 ‘진골’로 웬만한 과실은 용서받는 특권층이다. 최용해도 1997년 ‘비사회주의 그루빠(그룹)’ 검열에 걸렸지만 10여 년 만에 재등장했다. 반면 모든 직을 박탈당한 이영호의 정치적 사형선고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대북 소식통들은 또 김정은의 군부대 방문 때 드러난 군의 허위보고 사례도 이영호 문책의 꼬투리가 됐을 것이라고 전한다. 익명을 원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이 얼마 전 군 돼지농장을 방문했을 때 돼지들이 심하게 울어대자 “돼지는 자기 집에선 이렇게 울지 않는데, 왜 이러느냐”며 따지는 과정에서 다른 곳의 돼지들을 급히 갖다 놓아 잘하는 모습을 보여 주려던 게 발각됐다고 한다. 또 다른 소식통은 “김정은의 군부대 방문 때 영양상태가 좋은 군인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약하거나 보기 좋지 않은 병사들은 다른 막사로 이동시켰는데, 김정은이 예정에 없던 막사를 방문해 ‘왜 우리 전사들이 이 모양이냐’고 역정을 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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