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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지분 매각, KTX 민간 참여 … 차기 정부서 결정

중앙일보 2012.07.18 02:15 종합 3면 지면보기
새누리당 지도부 출범 이후 첫 고위 당?정?청 협의회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황영철 대표비서실장, 황우여 대표, 김황식 총리, 이한구 원내대표가 회의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오종택 기자]


청와대·정부·새누리당은 17일 논란을 빚어 온 인천공항 지분 매각과 KTX 민간기업 참여 추진을 중단하고 다음 정부로 넘기기로 결정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 김황식 국무총리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 김대기 경제수석 등 여권 핵심 관계자들이 모인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다.

286일 만에 고위 당·정·청 협의회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인천공항 지분 매각과 KTX 민간기업 참여 문제는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국민 여론을 지속적으로 수렴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이 밝혔다. 이와 관련, 나성린 당 정책위 부의장은 “대형 국책사업은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아 추진하기가 어렵다는 인식하에 일단 보류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286일 만에 열린 당·정·청 회의에선 새누리당의 발언권이 컸다.



 “현 정부가 매듭지어야 할 일과 5개월 뒤 후임 대통령께서 해야 할 일을 우리가 잘 구별하는 게 필요하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말이었다.



 이어 이한구 원내대표가 나섰다.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동안의 논의를 정리하는 쪽으로 에너지를 모으는 게 맞다.”



 전날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형 국책사업은 “다음 정부로 넘겨라”고 요구한 데 이은 압박이다.



 150분 회의 끝에 결국 KTX·인천공항 사업은 잠정 중지로 결론 났다. 새누리당의 압박이 통한 셈이다.



 정부가 당에 ‘백기’를 든 건 실현 가능성이나 실익이 크지 않다고 봤기 때문일 수 있다.





 인천공항 지분 매각을 위해선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이 선결과제다. 야당과 노동계에선 민영화에 반대하며 총공세를 펴고 있다. 새누리당조차 동의하지 않으니 요원한 일이다. KTX 경쟁체제 도입의 경우도 서울 수서∼부산·목포 구간을 민간사업자도 운영하게 해 주는 정도인데도 민영화라고 공격받고 있다.



 당·정·청은 또 다른 쟁점 사안인 차세대 전투기(F-X) 사업, 우리금융 지분 매각 문제 등은 논의하지 않았다. 우리금융 문제를 두곤 당에서 “너무 민감해 말을 못했다”고 했다. 우리금융 지분 매각은 이번이 첫 시도가 아니다. 2010년과 2011년에도 매각 공고가 났었다. 정부 의지는 있었으나 시장 여건이 안 돼 성사되지 못했다. 금융위원회는 우리금융에 투입된 공적자금 5조7000억원이 미회수 상태이므로 민영화를 서두르겠다는 입장이다.



 차세대 전투기 사업은 안보와 관련된 사안이다. 8조3000억원이 드는 막대한 사업이어서 몇 차례 지연됐었다. 그러다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 탄력을 받았다. 방위사업청은 올 초부터 사업자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공군에선 “460여 대의 전투기 중 30~40년 이상 된 노후 전투기 250여 대가 퇴역시점을 넘겼거나 임박해 미룰 경우 전력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월 선정키로 한 대로) 정상적인 속도를 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에선 이들 사업도 모두 보류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역대 정부에서도 임기 말 국책사업은 ‘뜨거운 감자’였다. 김영삼 정부에선 대선을 1년 반 앞둔 1996년 6월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를 선정했던 게 화근으로 번졌고, 노태우 정부 마지막 해인 92년 8월 제2이동통신 선정 과정은 임기 말 국책사업이 레임덕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제2이동통신 전화사업자로 노 대통령의 사돈(최종현)이 회장인 선경(현 SK)을 선정했다. 여당(민자당)까지 대선의 악재라며 취소를 요구하자 결국 일주일 만에 선경이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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