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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 "전지현 고양이라면 김혜수는…"

중앙일보 2012.07.18 00:47 종합 23면 지면보기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은 그의 아내 안수현(케이퍼필름 대표)씨가 제작을 맡은 첫 작품이다. 최 감독은 “아내가 제작을 맡으니 쑥스러웠지만 관객의 눈에서 시나리오를 보게 해주는 등 ‘부드럽게’ 나를 괴롭혀줬다”고 했다. ‘도둑들’은 그의 범죄영화 3부작 중 마지막 편이다. [김도훈 기자]


‘흥행 보증수표.’ 최동훈(41) 감독 앞에 늘 따라붙는 수식어다. 사기꾼 이야기인 ‘범죄의 재구성(2004년·전국 관객 250만)’, 도박꾼을 다룬 ‘타짜(2006년·700만)’ 등으로 충무로에서 손꼽히는 상업영화 감독으로 떠올랐다. 범죄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생존게임과 음모를 꽉 찬 캐릭터, 속도감 있는 영상으로 풀어냈다. 판타지 사극 ‘전우치(2009·620만)’에서는 액션 연출력을 보여주었다.

초호화 캐스팅 ‘도둑들’ 개봉 앞둔 최동훈 감독



 최 감독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범죄영화로 돌아왔다. 25일 개봉하는 영화 ‘도둑들’이다. 각자 특출한 재능을 가진 도둑 10명이 모여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고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출연진이 화려하다. 김윤석·김혜수·이정재·전지현·오달수·김해숙·김수현·홍콩 배우 런다화(任達華) 등이 출동했다. 홍콩 누아르를 연상케 하는 총격신과 와이어액션 등 오락영화로서의 장점을 두루 갖췄다. 홍콩과 마카오의 이국적 풍경도 볼거리다. 하지만 화려한 스케일에 가려 이야기 짜임새가 후반부로 갈수록 느슨해지는 단점도 있다. 17일 최 감독을 만났다.



 -‘도둑들’은 전작들을 맛깔 나게 버무린 비빔밥 같다. 장르상 신선하지 않다는 얘기다.



 “전작들은 벗어날 수 없는 굴레다. ‘범죄의 재구성’ 계보를 잇는 영화다. 캐릭터를 더 돋보이게 했다는 점에서 스파이 영화에 가깝다. 캐릭터의 여운이 오래 남는 영화를 찍으려 했다. 내가 찍고 싶은 건 ‘다이 하드’ 같은 1급 오락영화다.”



 -작정한 듯 상업영화를 찍어내고 있다.



 “내가 칸 영화제 레드카펫에 서길 바라나. 계속 재미있는 상업영화를 찍고 싶다. 그게 내 영화의 본질이다. 사회성 짙은 존 그리샴보다 이야기로 독자를 매혹시키는 스티븐 킹이 되고 싶다.”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터는 할리우드 영화, 2001)을 표방하는 ‘도둑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카지노 리조트인 마카오의 ‘시티 오브 드림즈’에서 촬영했다. [사진 쇼박스]


 -범죄영화에 집착하는 이유는.



 “범죄의 세계 속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우정, 배신과 음모를 담기 위해서다. 욕망이 강할수록 공허함과 외로움도 커진다는 걸 보여주는 장르로 범죄영화만한 게 있나. 영화에서 줄타기 고수 예니콜(전지현)이 그토록 원하던 것을 가졌지만 환호보다 외로움에 휩싸인다. 예니콜은 천방지축이지만 고독할 때가 있고, 악당 마카오 박(김윤석)의 행위도 이해할 만한 구석이 있다. 선악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영화가 좋다. 어릴 때부터 추리소설광이었다. 지금도 도둑들은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할까 궁금하다.”



-김혜수(금고털이 팹시)와 전지현의 매력을 비교한다면.



 “전지현이 도심을 뛰어다니는 고양이라면 김혜수는 도심을 바라보는 여우다. 연기도 김혜수가 점차 세밀해지는 스타일이라면, 전지현은 즉흥 연기가 빛난다. 그런 둘이 부딪힐 때 짜릿한 장면이 나왔다. 둘 다 악하지만 귀엽고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팜므 파탈 역을 잘 소화해줬다.”



 -많은 스타들과 함께 찍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연기파 배우(김윤석·오달수)와 스타배우(이정재·김혜수·전지현)의 조합이 내겐 잘 맞는다. ‘타짜’ 때도 김혜수를 빼곤 전부 대학로 출신배우들이었다. 우리 배우들과 홍콩배우들이 상대방의 영화를 보고 와서 금방 호흡을 맞추더라.”



 -‘한국적이라 보기엔 할리우드적이고, 할리우드적이라 보기엔 한국적’이라는 평론가들의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할리우드적 스토리에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다. 이번 영화에서도 거사 직전 비를 보며 술 마시는 장면, 성당에서의 대화 장면 등은 한국적인 거다. 이국적 요소를 넣기 위해 홍콩배우들을 출연시켰다.”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싶나.



 “한국에서 영화 찍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불러준다면 마다하지 않겠다. ‘007’시리즈를 맡으면 좋겠다. 이번에 외국 배우와 작업한 게 공부가 됐다.”



-다음에도 범죄영화를 하고 싶나.



 “화이트칼라 범죄를 다루고 싶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으려는 의도가 아니라 재미있는 얘기에 그런 배경이 필요할 뿐이다. 사회적 메시지보다 드라마와 캐릭터가 더 중요하다. 나는 아직 더 재미있게 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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