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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역외탈세는 반드시 적발된다

중앙일보 2012.07.18 00:05 종합 29면 지면보기
박윤준
국세청 차장
최근 2~3년간 ‘역외탈세’ 이야기가 많이 거론됐다. ‘역외탈세’란 세금을 내지 않고 소득 또는 자산을 해외로 반출하거나,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을 신고하지 않는 행위를 말한다. 지금 세계 주요 국가들은 역외탈세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세정을 강화하고 세원을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외탈세에 적극 대응하는 것은 조세정의와 사회정의에 부합하고 국민경제에도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역외 세원 정보에 접근하는 게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수년 전까지는 쉽게 나서지 못했고, 나서 봤자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로 세계 주요 국가가 재정위기를 겪고, 공교롭게 거의 같은 시기에 터진 리히텐슈타인 LGT 은행, 스위스 UBS 은행 등의 비밀계좌 탈세사건이 발생하면서 역외 세원 정보의 접근성에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 즉 G20 정치 지도자들이 압력을 넣어 스위스·싱가포르·홍콩 등 역외금융센터와 조세피난처 국가들이 집요하게 지켜왔던 ‘절대적 금융비밀주의’를 포기한 것이다.



 이렇게 환경이 변하고 의지가 있다고 역외탈세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자영업자 과세 양성화 정책을 되돌아보자.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 현금영수증 도입을 중심으로 제도·예산·인력 투입 등 수년간의 종합적 노력 끝에 성과를 거뒀다. 역외탈세 분야도 다르지 않다. 최근 2~3년간 국세청은 제도, 예산, 국제공조 부문의 인프라 구축과 비정기 기획조사를 병행해 왔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를 도입해 올해 신고 2년차를 맞았다. 2011년 처음 역외탈세 관련 예산 56억원을 확보했다. 올해도 다른 모든 분야의 특수활동비를 동결 내지 축소했는데도 역외탈세 분야는 20억원이 신설됐다. 조세피난처 국가들과 정보교환약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고, 역외금융센터와의 조세조약 체결 및 개정 협상에도 나서고 있다. 금융정보의 확보가 가능케 된 스위스와의 개정 조세조약이 이달 25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국세청에서도 국제탈세정보교환센터 가입, 미국과의 동시범칙조사약정 체결, 일본과의 파견조사 활성화 등에 진전이 있었다. 이렇게 해서 속칭 ‘완구왕’ ‘선박왕’ 등 대형 탈세를 적발할 수 있었다. 물론 불복 쟁송에서의 과세 처분 유지, 역외 재산에 대한 징수 한계, 역외탈세 단서정보 확보 활동 등 도전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가장 좋은 건 역외 탈루 세원의 대규모 자발적 양성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역외탈세를 모두 조사해 적발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궁극적으로 장래의 역외탈세는 예방되어야 하고, 이미 저질러진 역외탈세는 스스로 드러나게 해야 한다. 이러한 수준에 이르려면 제도 보강과 더불어 다양한 조사 사례들이 축적돼야 한다. 역외탈세를 하면 반드시 적발되고, 처벌이 엄중하다는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



 물론 국세청도 성과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성과를 부풀리거나 무리한 과세를 시도하는 일이다. 일부에서는 ‘국세청이 성공한 비거주 글로벌 한국인을 역외탈세범으로 몰아 괴롭힌다’는 비난이 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 제기된 이중 거주 논란 사안은 모두 조사에 문제가 없었다. 우리나라에 문제소득을 신고치 않은 것은 물론 조사 대상자가 거주지라고 주장하는 곳이 세금이 사실상 없거나 그 나라에도 문제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전 세계 무납부(global zero-tax)인 경우였다. 전 세계에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을 이용해 성공한 한국인을 우리가 자랑스러워할 수는 없다. 더구나 일단 성공했다는 이유로 우리의 과세권을 포기할 수도 없다.



박윤준 국세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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