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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2030에게 사랑은 운명 아닌 전략”

중앙선데이 2012.07.15 10:25 279호 14면 지면보기
“소개팅으론 잘되는 꼴을 볼 수가 없구나.” 대학 졸업 후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한 아가씨가 입에 달고 살던 말이었다. 그는 엔씨소프트 글로벌사업팀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온라인 데이트 시장에 눈을 떴다. “한국에 꼭 필요한데 없는 서비스네.”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지고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정보기술(IT) 업계 신데렐라로 떠오른 박희은(26·사진) 이음 대표 얘기다. 소셜 데이팅 서비스 1위 업체인 이음은 2010년 말 유료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7월 초 현재 회원 30여만 명을 확보했다. 만남을 수락하는 ‘OK권’ 판매 매출액만 월 1억5000여만원. 여성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개인정보 노출을 줄이고 ‘이음여신이 점지한 상대’ 등 낭만적 스토리를 입혀 날린 안타다.

국내 첫 소셜 데이팅 업체 ‘이음’ 박희은 대표

-사업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
“소개팅이 이뤄지는 과정의 비효율성과 불합리함을 보면 니즈를 채워 줄 서비스가 생기기만 하면 잘되겠다 싶었다. 기존 온라인 만남의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고 스토리가 있는 여성 친화적 서비스를 만든 것이 적중한 것 같다. 시작할 때는 뭘 몰라 겁도 없었고 그저 ‘재미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정말 촌스러운 베타(시험) 서비스를 만들어 에인절투자를 받을 수 있었고, 유료화 시작 전 추가 투자를 받았다.”

-소개팅이 왜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나.
“여자들은 소개팅해 달라는 말을 못 꺼낸다. 소개팅을 해도 정보가 없거나 제한적이다. 얼굴도 모르고 취향이나 성격, 취미와 같은 연애에서 진짜 중요한 정보는 알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성공률이 너무 낮다. 그나마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순간 소개팅 기회도 사라진다.”

-온라인 등을 통한 만남이 너무 가볍지않나.
“가볍다고 보지 않는다. 많은 사람, 다양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아진 것뿐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야 내가 어떤 사람과 맞는지 알 수 있다. 연애를 많이 해 본 사람이 다른 관계에서 커뮤니케이션도 잘하더라. 연애에 대한 젊은 세대의 생각이 달라졌다고 보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예전엔 연애가 결혼을 향한 과정이었다면 지금은 연애 자체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다양한 만남을 가지면 그 다음 연애에선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부작용 사례도 나왔나.
“베타 서비스 할 때 채팅 서비스를 했는데, 유부남들이 들어와 신고된 경우가 있었다. 이후 채팅 서비스는 없앴다. 상대방 정보를 구글링해 미리 알아내는 사용자도 있었는데 그럴 경우 차단하고 공지했다.여태 큰 이슈나 사고는 없었다.”

-나중에 오프라인에서 만날 때 실망하는 경우도 많을 듯하다.
“워낙 사진 찍는 기술이 좋으니까. 특히 여성들은 어떻게 찍으면 잘 나오는지 너무나 잘 안다. (웃음) 그렇게 하면 한 번은 만나도 연애가 계속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후엔 ‘현실적인 사진’으로 바꾸게 된다. 솔직한 사진이 오히려 잘되는 경우가 많다.”

-각종 연애 콘텐트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뭔가.
“예전엔 연애나 사랑은 ‘운명’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기다리면 사랑이 나타난다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엔 사랑에도 전략이 필요하다고 인식한다. 또 연애 주기가 굉장히 짧아졌다. 대학생 평균 연애기간이 3개월이라고 한다. 계속 연애를 하려면 전략을 세우고 영리해져야 한다.이런 필요에 의해 관련 콘텐트에 대한 관심도 높은 것 같다.”

-요즘 세대가 수동적이라 소개팅 서비스에 의존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억측이다. 서비스의 인기는 연애가 결혼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삶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 미국 드라마 등을 통해 심각하지 않은, 캐주얼한 연애에 익숙해진 게 오히려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박 대표도 회사 서비스를 이용하나.
“초반엔 썼다. 하지만 유저들이 ‘대표와 직원들이 좋은 사람들 다 만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어 현재는 임직원은 못 쓰게 하고 있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소개팅을 해 달라고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지 않나. 딜레마다. (웃음) 덕분에 열심히 일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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