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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은 법 왜 만드나

중앙선데이 2012.07.15 01:33 279호 6면 지면보기
조용철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 유관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의 최병일(54·사진) 원장은 10일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6월 1차 토론회에 이은 후속 논의다. 1차 토론회에선 헌법 119조 2항의 경제민주화 조항을 삭제하자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13일 서울 여의도 한경연 사무실에서 최 원장을 만났더니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직격 인터뷰]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

-재계가 토론회서 헌법 119조 2항의 삭제를 주장했나.
“아니다. 1차 토론회 때 일부 언론이 오보를 했다. 그 뒤 정치인들이 확인하지 않고 한경연과 재계를 경제민주화에 반대하는 시대착오적 집단인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최근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으로 떠올랐다. 찬성한다. 다만 왜 하려는지에 대한 합의와 정당성을 찾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목적이지만 경제민주화는 수단이다. 뭘 위한 수단이냐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일부 특정계층 때문이라고 때리기에 몰두하면 배 아픈 건 잠시 해결될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빵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민주당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어떻게 보나.
“대기업 집단의 지배구조를 손보겠다는 게 골자다. 출자총액제한제를 보자. 지난 20년간 강화했다가 없앴다가 이번엔 다시 들고 나온다. 기업이 정권교체 때마다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면 거기 들어가는 비용은 누가 감당하나. 더 큰 문제는 대기업 집단은 문제를 많이 일으킬 수 있으니 사전에 막자는 발상이다. 그런 사전규제는 지구상에 없다. 2008년 이후 글로벌 불황에서 그나마 선전한 게 대기업 집단이다. 외국 기업엔 그런 규제가 없는데 국내 대기업 집단만 규제를 받아야 한다면 역차별이다. 대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해 따내는 일감이 줄고, 결과적으론 중소기업의 일감과 일자리도 줄어든다.”

-지주회사 전환에 돈이 많이 들면 다른 대안은 뭘까.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기업의 지배구조를 놓고 토론이 많았다. 많은 사람이 동의한 결론은 하나 있다.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는 거다. 시대 상황과 기업의 경쟁구도, 문화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있다. 지주회사체제가 정답이면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도 그쪽으로 갔을 게다. 그런데 지주회사 만들어 놓고 보니 장점도 단점도 모두 나타났다. 기업과 투자 사이엔 다양한 모델이 있다. 시장이 선택하면 된다.”

-출총제 부활엔 왜 반대하나.
“출총제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겠다는 거다. 하지만 경제관료나 전문가들이 실효성 없다고 결론 냈다. 성장동력을 저해할 뿐이다. 출총제 부활 논리는 단 하나다. 없앴더니 대기업의 계열사 숫자가 늘어나더란 것이다. 한국엔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이 있지만 총수가 없는 공기업 형태의 대기업 집단도 있다. KT나 포스코 등이다. 출총제가 폐지된 시점을 놓고 보면 후자의 계열사가 더 많이 늘어났다. 계열사 늘어난 내역은 핵심 역량과 관계있는 관련 다각화가
압도적이다.”

-재벌 총수는 소수 지분으로 황제 경영을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순환출자 금지는 왜 반대하나.
“순환출자란 게 기업 경영하는 사람이 자신의 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면서 경영을 장악하기 위해 만든 전략이다. 불법이나 위법이 아니면 문제될 게 없다.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일본 도요타, 캐나다 히스-에드퍼, 스웨덴 발렌베리그룹도 아주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다. 아주 적은 자본으로 막강한 경제력을 갖고 있어 폐해가 생기니 규제하자고 하는데, 폐해란 게 뭔가. 순환출자 된 기업이 성과가 나쁘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 대기업이 글로벌시장에서 일감을 가져오고, 관련 중소기업에 나눠 주고 있으니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다. 불법경영이나 전횡을 일삼는 총수가 있다면 사법 처리 대상이다. 법으로 재단하면 된다. 굳이 순환출자를 금지해 얻으려는 혜택은 없다.”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에 대한 반감이 크지 않나.
“반감이 있지만 사실과 정서는 다르다. 10대 그룹이 대한민국을 장악했다는 비판이 많다. 전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 정서다. 2005년 한국 20대 그룹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매출도는 20%인데 프랑스나 독일은 더 높다. 2009년엔 영국이 우리보다 높아지고 스웨덴은 우리의 두 배다. 우리는 반재벌 정서가 강하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엔 내가 안 되는 상황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는 경향도 생겼다.”

-비정규직 문제는 어떤가.
“기본적으로 같은 가치를 두는 근로에 대해 차별하면 안 된다. 그런데 정규직과 비정규직 일은 다르다. 기업이 정규직 일에 비정규직을 뽑지는 않는다. 게다가 더 급한 건 저출산·고령화사회에 대한 대비다. 경제 활력을 높이려면 유능한 여성인력이 노동시장에 남아 있어야 한다. 우리 대졸 여성의 경제 참여율은 30%가 안 된다. 50~60%로 끌어올리려면 다양한 형태의 유연한 고용이 필요하다.”

-일자리 늘리고 중소기업 살리는 데 민주당 법안이 도움이 안 된다는 건가.
“그렇다.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렇다면 지금 상태가 좋다는 건가. 한국 경제는 고칠 게 없나.
“그런 건 아니다. 좋은 질문이지만 답을 찾기 힘든 어려운 문제다.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경제가 더 잘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신기루다. 기업인은 상황에 놀랍게 적응하는 사람들이다. 민주당의 법안이 통과되면 순응할 게다. 다만 비용이 만만치 않고 경제성장률은 떨어진다. 득보다 실이 많은 과잉 법안을 왜 만드나. 경제민주화 법안이란 표현도 불만이다. 민주화와 경제가 갖는 의미는 상충된다. 민주화는 1인 1표지만 경제는 1원 1표다. 같이 말하면 모순이 생긴다. 민주주의는 좋은 것이다. 반대하면 악한 세력이란 느낌을 갖게 한다. 하지만 우리 기업이 외국 기업에 비해 그렇게 집중이 높은 게 아니고 성과는 크다.”

-그렇다면 왜 법안이 나왔을까.
“반칙과 편법이 횡행하는 사회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그 때문에 후보마다 경제민주화를 들고 나온다고 본다. 월드컵 가면 브라질식 축구가 있고 유럽식·한국식 축구도 있다. 브라질에 유럽 축구를 강요할 필요는 없다. 기업도 그렇다. 다양한 모델이 경쟁하는 거다. 글로벌 성과를 내는 기업에 순환출자와 출총제로 지배구조를 흔들 게 아니다. 많은 사람의 법 감정 문제는 불법행위를 사법 처리하고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제한하면 된다. 그런 것만 제대로 해도 큰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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