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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이 저항 못하게 한꺼번에 해야

중앙선데이 2012.07.15 01:32 279호 6면 지면보기
조용철 기자
민주통합당 이종걸(55·사진) 최고위원은 국회 연구단체인 ‘경제민주화포럼’의 공동대표다. 민주당 내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과 법안 마련에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최고위원을 13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경제민주화 직격 인터뷰] 이종걸 국회 경제민주화포럼 대표

-경제민주화 법안이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이란 비판도 받는데.
“아니다. 재벌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폐해가 너무 크다. 대한민국 전체의 재화ㆍ용역 배분 과정에서 심각한 왜곡현상이 나타난다. 극히 일부만 잘살고 혜택을 본다. 무엇보다 일자리 마련을 위해서도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 한 해 사회에 나오는 청년이 65만 명인데 5만 명 정도만 좋은 일자리를 잡고 나머지 90%는 원하는 일자리를 잡지 못한다. 경제력 집중이 주된 원인이다.”

-재계는 법안이 통과되면 오히려 일자리가 준다고 반박한다.
“사회 전체에서 좋은 일자리가 어느 정도인지 봐야 한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고용의 90%가량을 차지하는데 이들 기업에 좋은 일자리가 없어진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재벌 대기업이 하청 중소기업에 비용을 전가하는 경우가 흔하다. 하청기업은 월급을 깎고 직원을 줄여야 한다. 대만이나 유럽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예컨대 엔지니어라면 대기업이건, 1ㆍ2차 하청업체 직원이건 급여가 비슷하다. 모두 좋은 일자리다. 우린 재벌 대기업에만 좋은 일자리가 있고 중소 하청업체엔 나쁜 일자리만 많다.”

-순환출자 금지가 경기침체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순환출자 금지를 두고 앞으로 ‘전쟁’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래도 순환출자는 안 된다. 순환출자는 능력 이상으로 여러 기업을 소유하는 것이다. 확률적으로 매우 위험해 어느 한 기업이 잘못되면 연쇄적으로 잘못될 수 있다. 호황기엔 능력 이상의 이윤을 낼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울 땐 나라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되니 가능성을 미리 막아야 한다. 위험방지장치ㆍ경고등이 필요하다. 순환출자로 연결되지 않는 개별 단위 기업으로 경쟁력을 더 높여야 하고 그럴 수 있어야 한다. 또 10을 가졌으면 10만큼 평가받아야지 100만큼 평가받으려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다른 나라에서 예를 찾기가 쉽지 않다.”

-순환출자를 금지하면 경쟁력 있는 우리 기업이 외국의 적대적 인수합병(M&A) 먹잇감이 되지 않겠나.
“미국은 모회사가 자회사에 투자할 때 100%를 출자한다. 기본적으로 지분을 51% 이상 보유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M&A 당한다. 그게 맞다. 우호지분을 포함해 51% 이상 지분을 갖고 M&A 방어를 하는 게 기본이다. 몇 % 안 되는 지분으로 수많은 회사를 소유하는 건 반(反)시장적인 것이다.”

-출자총액제한제는 이미 두 번이나 폐지됐는데 왜 부활돼야 하나.
“재벌이 우리 사회를 장악하고 있다. 재벌 2~3세를 위해, 또 나름의 새 사업을 위해 여러 투자를 하는데 지나친 수준이다. 자산 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수와 계열사는 2009년 48개 집단 1137개에서 2011년 55개 집단 1554개로 늘었다. 올해 4월 현재론 63개 집단 1831개다. 1년에 수백 개씩 늘었다. 이렇게 세워진 회사가 1~2년 만에 한 해 수천억원이나 조 단위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대부분 기존 중소기업 시장을 빼앗은 것이다. 중소기업은 힘들어지고 직원들은 거리로 내몰린다. 자본금 30억원으로 만들어진 한 대기업 계열사는 연 8000억원짜리 시장에서 1년 만에 한 해 6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나머지 2000억원 시장을 놓고 수많은 중소기업이 피 터지게 싸운다. 2009년 출총제를 폐지할 때 실효성이 없어서라고 하는데 예외 규정이 너무 많아 사실상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신성장사업이라고 예외를 인정하고 수출 관련이라고 인정하고…. 그래서 이번엔 예외 없는 출총제 법안을 마련했다.”

-비정규직 법안은 노동시장 유연성을 해친다고 재계는 주장하는데.
“그런 측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동일 노동엔 동일 임금을 줘야 한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는 정의의 문제다. 비인간에서 인간으로 회복하는 것이다.”

-경제민주화 법안의 목표는 뭔가. 재벌 해체인가, 아니면 공정거래인가.
“현재 법과 재벌 중심 경제체제론 공정하게 거래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보호하고 육성하는 게 불가능하다. 재벌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는 게 필요하다. ”

-경제민주화 조항이 있는 헌법 119조에서 1항이 기본이다. 민주화 조항인 2항 쪽으로 너무 치우친 생각은 아닌가.
“아니다. 1항을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 경제민주화가 담긴 2항이 필요하다. 1항을 부인하지 않는다. 119조 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다. 그런데 우리 국민이나 중소기업이 자유와 창의를 발휘하나. 일부 재벌만 창의력을 발휘한다. 모두가 자유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쏟아지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은 ‘환자에게 커다란 수술을 동시에 하는 격이다. 수술이 필요해도 순차적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경제력 집중 완화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선 관련 법이 동시에 집행돼야 한다. 단계적으로 하면 재벌 대기업들이 회피 수단을 찾아낸다. 순환출자 금지, 출총제 등은 경제민주화를 위한 필요 요소다.”

-대기업의 공(功)은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인정한다. 대기업 옹호론자들은 대한민국이 전쟁의 상처를 딛고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재벌 대기업이라고 한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기업 덕분이란 거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지금까진 재벌 대기업이 일정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재벌 대기업이 전부가 아니다. 일본은 외부 힘에 의해 재벌이 해체됐다. 이후 대기업과 많은 중소기업으로 바뀌었다. 그럼, 일본이 못살게 됐느냐. 경쟁력이 없어졌느냐. 아니다. 일본의 경쟁력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나온다. 재벌이 다할 수 있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일본의 도요타가 은행을 하고 증권을 하느냐.”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새누리당과 시각차가 큰데.
“새누리당은 우리보다 완화된 입장이다. 사안별로 다를 텐데 순환출자 금지는 우리가 맞다고 본다. 새누리당은 기존 출자는 그냥 두고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자는 것이다. 그래선 효과가 없다. 우리 쪽으로 설득하겠다. 계열사 배당금에 대한 과세 비율 같은 것은 협의를 통해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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