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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통산 92번째로 200경기 넘은 ‘숨은 영웅’

중앙선데이 2012.07.15 00:45 279호 19면 지면보기
중앙포토
13번
박지성은 맨유에서 등번호 13번을 달고 뛰었다. 박지성이 2005년 7월 맨유 입단 당시 13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들고 알렉스 퍼거슨(71) 감독과 환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은 아직도 온 국민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다. 한국인 최초의 프리미어리거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숫자로 본 박지성의 맨유 7시즌


당초 박지성은 21번을 달 것으로 예상됐다. 국가대표팀과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에서 달던 7번은 이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현 레알 마드리드)가 선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지성은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달았던 21번을 원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이 “이왕이면 앞번호를 선택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고 마침 비어 있는 13번을 선택하게 됐다. 13번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나 의미는 없었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7시즌 동안 들어올린 우승 트로피가 총 13개였던 것이다. 박지성은 맨유에서 프리미어리그 4회, 칼링컵 3회, 잉글랜드 축구협회(FA) 커뮤니티 실드 4회, UEFA 챔피언스리그 1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1회 우승을 경험했다.
박지성은 QPR에선 자신이 좋아하는 7번을 달고 뛰게 된다. 다른 선수가 이미 그 번호를 달고 있었지만 박지성을 위해 선뜻 내놓았다. 마크 휴스(49) QPR 감독은 “베테랑 박지성에게 주장을 맡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27골
박지성이 맨유에서 기록한 골 수다. 그리 많은 골은 아니다. 박지성은 ‘산소탱크’라는 별명답게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공수에 걸쳐 밸런스를 잡아주는 선수다. ‘언성 히어로(Unsung Hero·보이지 않는 영웅)’ ‘수비형 윙어’라는 말이 박지성의 스타일을 잘 대변해 준다.

그러나 강한 인상을 남기는 골들이 많았다. 강팀을 상대로 곧잘 골을 넣어 ‘자이언트 킬러’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중에서도 아스널에 강했다. 박지성이 기록한 27골 중 5골을 아스널 골문에 넣었다. 프리미어리그 데뷔 골도 아스널을 상대로 터뜨렸다. 2010년 12월 아스널과의 리그 경기(1-0 맨유 승)에서 루이스 나니의 크로스를 감각적인 헤딩 결승골로 연결한 장면은 압권이었다.

2010년 3월 리버풀전(2-1 맨유 승)은 박지성이 맨유에서의 7년 동안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시즌 막바지에 아스널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라이벌 리버풀을 만난 맨유는 전반을 1-1로 마쳤다. 팽팽한 접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박지성은 후반 14분 대런 플레처의 크로스를 다이빙 헤딩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가슴팍을 치며 포효하는 박지성의 모습에 모두가 전율했다. 선제골과 결승골을 넣으며 원맨쇼를 벌인 2010년 11월 울버햄프턴전(2-1 맨유 승)도 잊을 수 없다.

205경기
박지성이 맨유에서 뛴 경기 수다. 맨유에서 박지성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진정한 잣대다. 박지성은 맨유 선수 통산 92번째로 200경기 고지를 넘어섰다. ‘마케팅용’ ‘유니폼 판매용’이라는 비난을 이겨내고 이뤄낸 값진 성과다.

경쟁자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박지성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았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온전히 시즌을 치른 적이 거의 없었음에도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신뢰했다. 특히 아스널·첼시·AC 밀란(이탈리아)·바르셀로나(스페인) 등 강팀과의 경기에는 빼놓지 않고 출전시켰다. 박지성은 붙박이 주전은 아니었지만 꼭 필요할 때 팀에 도움을 줬다. 헌신과 희생으로 코칭스태프와 동료 선수들로부터 인정받는 선수였다.

이렇게 많은 경기에 출전한 박지성이지만 아픔도 있었다. 자신이 그토록 출전하고 싶었던 경기에는 나설 수 없었다. 2007~2008 UEFA 챔피언스리그 첼시와의 결승전, 출전 선수 명단에 박지성의 이름은 없었다. 퍼거슨 감독은 “이번 결정은 감독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 중 하나였다”고 고백했다. 맨유가 첼시를 승부차기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지만 박지성은 웃을 수 없었다. 이듬해 바르셀로나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는 출전했으나 0-2로 패해 아쉬움을 삼켰다.

437억원
7시즌 동안 박지성이 연봉으로 벌어들인 돈이다. 박지성은 입단 당시 200만 파운드(약 38억원)로 시작해 지난 시즌 470만 파운드(약 83억원)까지 연봉이 치솟았다. 맨유는 세 차례 재계약을 통해 박지성의 몸값을 올려줬다. 각종 수당과 보너스, 광고료 등을 합치면 1년 수입이 100억원을 넘나드는 수준까지 뛰어올랐다.

박지성이 돈을 원했다면 중국·중동 등 다른 곳으로 이적할 수도 있었다. 중국 광저우 헝다에서는 박지성이 맨유에서 받는 연봉의 두 배 가까운 130억원가량을 제시하며 박지성을 원했다. 그러나 박지성은 돈보다 미래를 택했다. 박지성은 훗날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축구 행정가를 꿈꾸고 있다. 축구 공부를 하고 인맥을 넓히며 커리어를 쌓기엔 런던에 있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박지성은 벌어들인 돈을 자신만을 위해 쓰지 않았다. 자선경기를 열고 축구센터를 설립해 동남아 축구 발전과 유소년 양성에 힘을 보탰다. 최근 태국에서 ‘아시안 드림컵’을 개최하며 유소년 축구 클리닉을 여는 등 아시아 축구를 대표하는 ‘셀레브리티’다운 행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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