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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 “우리금융 조건 맞으면 인수”

중앙일보 2012.07.13 06:00 경제 1면 지면보기
어윤대 회장
“축복받는 결혼이 된다면 고려하겠다.”


취임 2주년 본지 인터뷰 … 세 가지 조건 제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인수 의향을 밝혔다. “여력이 없다”,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던 지금까지의 입장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어 회장은 취임 2주년을 맞아 본지와 한 인터뷰에서 세 가지 전제 조건을 제시했다. 분할 인수,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적정 가격, 구조조정 없는 인수 등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리금융 인수자로 KB금융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많다.



 “여력이 있는 곳이 우리뿐이기 때문이 아닐까. 다른 금융지주사는 인수할 여력이나 자금이 마땅치 않다. 론스타 때문에 헤지펀드로의 매각도 쉽지 않다.”



 -그런데도 그동안 인수에 부정적이었다.



 “정치적 오해를 받기 싫어서다. 12년 전 공적자금위원회 매각 소위원장을 할 때 대한생명을 매각한 일로 엄청난 정치적 이슈에 휘말렸다. 지금도 정치적 해석이 난무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준비를 시작한 것 같다.



 “우리금융 인수가 금융산업 발전과 규모의 경제 실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KB의 소매금융과 우리의 도매금융이 합쳐지면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이사회가 판단할 일이고 최고경영자(CEO)로서 따를 것이다. 곧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킨다.”



 -어떤 인수 방식을 구상하나.



 “인수한다면 축복을 받으면서 했으면 한다. 양쪽 주주와 임직원이 모두 만족해야 한다. 우선 분할인수가 가능해야 한다. 신한은행이 조흥은행을 인수할 때처럼 인수대금 일부만 지불하고 나머지는 천천히 낼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남는 정부 지분에 대한 의결권은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



 신한은행은 2004년 조흥은행을 인수하며 총 3조3000억원의 대금 중 9000억원만 현금으로 지불했다. 나머지는 상환조건부 우선주 등을 정부에 준 뒤 2년에 걸쳐 나눠 갚았다. 인수하는 쪽에선 현금 부담을 줄이면서 경영권 간섭을 막을 수 있다.



 -가격은 어떤가.



 “KB금융의 주주가치를 훼손해선 안 된다. 적정 가격이 돼야 한다. 안 그래도 65%를 차지하는 외국인 주주 사이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금융 임직원은 불안해할 텐데.



 “양쪽 모두 정리해고(lay off)는 제로다. 지금 같은 사회 분위기에서 정리해고까지 하면서 인수하는 것은 용납되기 어렵다.”



 - ING생명 인수까지 진행 중이다. 자금은 충분한가.



 “ING생명은 현재 실사를 하고 있다. 구체적인 것은 비밀유지협약 때문에 밝힐 수 없다. 다만 이중 인수합병(M&A)을 해도 자금엔 전혀 문제가 없다. 회사채로만 5조원을 동원할 수 있다.”



 -2년간 가장 보람 있었던 점은.



 “2010년만 해도 KB금융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수익성 하락과 부실여신 증가 등 총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취임 뒤 다양한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카드부문 분사와 3200명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투명경영과 젊은 금융그룹으로 이미지를 바꾼 것도 성과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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