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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 조립공장서 벗어나 카페 운영하며 ‘세상 속으로’

중앙일보 2012.07.13 04:11 2면
천안시장애인보호작업장이 발달장애(지적·자폐)를 가진 사람들의 일자리 창출과 자립을 위해 천안의료원 내에 커피 전문점 ‘카페 인(人)’을 차렸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장인 5명 모두가 장애인이다.


최근 들어 커피 소비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동네마다 커피 전문점이 부쩍 늘었다. 이런 가운데 장애인을 직원으로 채용한 특별한 카페들이 곳곳에 생겨나 눈길을 끌고 있다. 사회적기업들이 장애인 고용창출을 위해 발벗고 나선 것. 장애인들이 부품 조립과 같은 단순 작업에서 벗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면 사회성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들이 고객들과 직접 대면하는 서비스업종에 진출하면서 장애인을 채용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시도였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는 긍지를 심어주고 부모들에게는 보람을 안겨주며 고객들은 순수하고 꾸밈없는 서비스를 제공받아 모두가 만족해 하고 있다.

장애인 운영 카페 확산



천안시장애인보호작업장(원장 배정희)이 최근 천안시 동남구 삼룡동으로 이전한 천안의료원 안에 커피 전문점 ‘카페 인(人)’을 차렸다. 이곳에서 일하는 박일남(26·지체장애 3급)씨를 비롯해 황현민(33·지적장애 3급), 김준홍(27·지적장애 3급), 박시연(25·지적장애 2급), 오은선(25·지적장애 2급)씨 등 5명은 모두 장애인이다.



바리스타 박일남(36·지체장애 3급)씨는 요즘 출근하는 날이 설렌다고 한다. 박씨는 장애로 인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사회 진출 기회가 많지 않아 그동안 자신이 하고 싶은 일보다는 생계를 위한 직장 찾기에만 급급했다. 하지만 이젠 자신이 하고 싶은 곳에서 일하며 새로운 꿈을 갖게 됐다.



박씨는 대학 졸업 후 8년간 지역의 한 장애인 단체에서 방과후 교사로 일하는 동안 소위 ‘먹고 살기 위해’ 직장을 다녔다. 고된 직장생활을 견디다 못해 결국 일을 그만두게 됐고 2년 동안 특별한 직업 없이 방황하며 허송세월을 했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기로 마음 먹었다. 몸은 불편하지만 국내 최고의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고 올 초 자격증을 손에 쥐었다. 하지만 세상의 높은 벽이 다시 그를 가로 막았다. 수많은 곳을 찾아 다녔지만 장애인을 고용하려는 커피 전문점은 없었다. 그러던 중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커피 전문점에서 일할 바리스타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마침내 작은 꿈을 이루게 됐다. 박씨는 “이곳에서 일하면서부터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일에 대한 의욕도 생겼다”며 “이런 사회적기업이 많이 생겨 장애인들이 살 맛 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향후 자신이 만든 커피 전문점을 복지와 연계해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을 펼치겠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카페 인’에서 일하는 오은선(25·지적장애 2급)씨도 요즘 들어 “직장 다니는 맛에 산다”고 말할 정도로 직장 생활이 즐겁다. 주문을 받거나 계산하는 일이 서툴기는 하지만 사람들과 직접 대면하는 일은 그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4년간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는 단순 업무를 하면서 느끼지 못한 색다른 경험이자 생활의 활력을 불어 넣기에 충분했다. 오씨는 “처음에는 사람을 대하는 것도 어렵고 커피 종류나 이름도 몰라 실수를 많이 했다”면서 “이제는 적응이 돼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즐겁고 손님들도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대견하게 바라봐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줘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웃었다.



또 다른 사회적기업인 ㈜드림앤챌린지는 2010년 9월 나사렛대학교 평생교육원 3층에 커피 전문점 ‘카페 바이올렛’을 차려 장애인 12명을 고용했다. 학교법인 나사렛학원이 만든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드림앤챌린지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드림앤챌린지는 커피 전문점 외에도 공정여행을 비롯해 항공권과 맞춤여행 등의 관광사업, 뮤직 코칭, 공연 기획, 교육사업, 청소용역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 39명 가운데 28명이 장애인이다.



최재권 ㈜드림앤챌린지 대표는 “직업을 갖기 쉽지 않은 현실인데다 직업을 갖더라도 제품을 생산하는 단순 반복작업을 하는 노동이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장애인들이 직접 고객을 맞이하고 그들과 이야기하며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체만으로도 큰 발전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직업의 유형을 좀 더 다양화해 장애유형에 따라 그들에게 맞는 적절한 직업을 찾아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애인들이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 같은 사업을 통해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함께 일하며 교감하고 소통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배정희 천안시장애인보호작업장 원장은 “화훼나 임가공 사업 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일자리 창출과 자립을 위해 여러 사업을 펼치고는 있지만 정작 장애인들이 사회와 단절된 채 일에만 묻혀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됐고 고민 끝에 이들이 안정적으로 직장을 다니면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서비스업계로의 진출을 돕기로 결심했다”며 “커피 전문점을 내기까지가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었지만 성공사례를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을 시작한 만큼 앞으로도 이런 시도들이 곳곳에서 자리를 잡아 나간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행복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사회적기업=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이나 조직을 말한다.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해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이다. 주주나 소유자를 위한 이윤극대화를 추구하기 보다 우선적으로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이를 위해 이윤을 사업 또는 지역공동체에 다시 투자하는 기업을 말한다. 대한민국은 사회적 목적에 따라 일자리 제공형, 사회서비스 제공형, 혼합형, 기타형, 지역사회공헌형 등 5가지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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